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은행의 작심 보고서 "명문대, 지역인구 비례로 뽑아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17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한은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주장
"돈 많고 서울 살면 명문대…부의 대물림"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사회구조적 위기"

과도한 입시경쟁이 부의 대물림과 수도권 인구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등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인재를 지역별 학령인구대로 비례 선발해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7일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입시경쟁 과열이 사교육 부담 및 교육기회 불평등, 사회역동성 저하, 저출산 및 수도권 인구집중, 학생의 정서불안과 낮은 교육성과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경쟁이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
한국은행의 작심 보고서 "명문대, 지역인구 비례로 뽑아야" (자료 : 한국은행)
AD

한은은 특히 입시경쟁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작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경우 97만원에 달한 반면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38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는 104만원이데 반해 읍면지역은 58만원 수준이었다.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상위권대 입학생의 서울 출신 쏠림현상을 유발한다.


2018년 일반고 졸업생 기준으로 서울출신 학생은 전체 졸업생 중 16%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의 32%를 차지했으며 강남 3구 학생은 전체 졸업생 중 4%에 불과했지만 서울대 진학생의 12%에 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실증분석을 시행한 결과,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중심지 거주를 통해 고소득층 학생이 상위권대 입시에서 자신의 잠재력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입시경쟁이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도 유발한다. 보고서는 상위권대를 향한 교육열은 사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려는 선호로도 이어져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교육 및 양육비용을 증가시켜 젊은 세대가 출산과 결혼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명문대, 지역인재 적극적으로 뽑아야
한국은행의 작심 보고서 "명문대, 지역인구 비례로 뽑아야" (자료 :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같은 입시경쟁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인재를 뽑을 때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고,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대의 지역균형전형 등 일부 대학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이를 입학정원 대부분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입학정원 대부분에 적용돼 낙인효과가 적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기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및 기회균형특별전형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대학의 계획의 추진을 적극 수용하고 필요에 따라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사후적으로 대학이 대입 전형계획을 준수하고 입시비리 등이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이다.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잠재력을 갖춘 지방인재를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잠재력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중심지 거주 등 외부변수를 제외하고, 인재들의 순수한 학업능력을 고려한 개념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8년 서울대 입시에서 일부 입학정원을 시도 단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고 나머지 정원은 기존 방식으로 선발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제도를 대부분의 입학정원에 적용하면 서울대 진학률이 학생의 잠재력에 가깝게 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별 합격자 비율이 고3 학생 비율의 0.7배 이상 1.3배 이하가 되도록 규칙을 적용 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진학률 간 격차가 현재보다 64% 감소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서울의 소외계층이 다소 불리해지고 지방의 고소득층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사회경제적 배경의 입시 영향을 줄이는 등의 장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단점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기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다른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음을 고려할 때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뽑힌 인재들의 학업성적 역시 준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 수도권 인구집중 등 폐해 줄일 것
한국은행의 작심 보고서 "명문대, 지역인구 비례로 뽑아야" 한국은행 전경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처럼 서울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크게 높으면, 지방 학생들은 이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로 이주할 유인이 생긴다. 이로 인해 서울의 학교, 학원, 주택 등 한정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집중돼 교육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이 제도는 주요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여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대학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도 우리 사회를 빠르게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