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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타그램] 정치 사진과 '포토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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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표정과 행동에는 지나온 삶과 자세가 보인다.
현실을 넘은 욕망이 초래한 참사도 사진에 남는다.

지난달 30일 일본 방문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으로 출발했을 즈음 트럼프 대통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찍힌 흑백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설명이나 바이라인(저작권자나 출처 표시)도 없이 사진 한 장만 달랑 올라와 있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미·일 정상회담 직후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말이 필요 없는 사진이었다. 미장센처럼 포즈를 잡은 듯 둘러싼 수행원들 모습까지, 영화 포스터 같았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지금의 양국 관계는 모든 것이 설명된다 싶었다. 누구는 페이스북에 '돈 많은 큰오빠와 막내 여동생' 같다고 썼다.


[언스타그램] 정치 사진과 '포토제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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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도된 미군 장병들 앞에서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폴짝 뛰는 모습도 그랬듯이, 왜소한 체구에 발랄한 눈웃음은 말 그대로 '포토제닉'하다. 누구든 표정과 행동거지에서 지나온 삶과 자세가 드러난다. 그것이 카메라에 의해 기록되고 보이는 외양이 호감을 불러일으킬 때 포토제닉하다고 말한다. 멋지거나 잘생긴 것과는 다르다. '사진 잘 받는다'는 관용구가 조금 더 가깝겠다.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미모는 천재성의 한 형태, 아니 천재성보다 우월한 것이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라고 썼다. 현대 이미지 사회에서는 포토제닉한 것도 천재성의 한 형태라 할 만하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은 본래 모습처럼 보이는 것에 사람들은 마음을 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토제닉과는 거리가 멀어도 자기가 어떻게 보이고 사진 찍히는지 잘 알고 있다. 살아온 길이 온통 눈에 띄는 장면으로 넘치는 데다가 타고난 흥행 감각도 있어서 기행(奇行)과 함께 폭발적 인기와 혐오를 동시에 누린다. 어떤 모습이 대중을 끌어들이고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지름길인지, 돈이 되는지 아주 잘 안다. 여성 스포츠에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에 여성 운동선수들을 병풍 삼아 세우고, 교육부 축소 행정명령 서명식에는 백악관을 초등학교 교실처럼 꾸미고 학생들을 앉혔다. 사진 찍는 사람도 독자들도 현란한 장면에 끌릴 수밖에 없다. 2020년 대선 직후 잠시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찍힌 본인의 머그샷을 팔아 돈을 벌 정도인 그는 이미지 마케팅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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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큰데 드러날 것이 없는 사람들은 배경과 도구를 이용한다. 잘 이용하면 효과가 배가되지만, 욕망이 현실을 너무 앞질러 가다 보면 참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인신공격성 합성사진 판때기를 들이밀거나 막말과 저주를 적은 종이를 흔들어대고, 배치기까지 해대는 장면들이 그렇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욕을 들어도 퍼뜨리고 나면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하니 그런 소란이 그치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국민들 몫이다.




허영한 사진팀장 youngh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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