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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맥]인구 위기 속 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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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맥]인구 위기 속 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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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직면한 인구문제를 논의하는 포럼에서 일본 학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보면 한국은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국가로 보이는데, 일본은 과거와는 달리 혁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바로 인구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변화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졌다고 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혁신 지수는 세계 6위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5%이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반면 2007년 9위를 기록했던 일본은 2020년에는 16위까지 추락했다. 1990년대 세계 최고 혁신 국가로 평가받던 일본이 그 이후 장기 침체를 경험한 주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혁신이 저하된 것은 인구 고령화만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혁신 지수 순위가 하락하는 동안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05년 20%에서 2025년 30%로 급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중은 20%로 20년 전 일본과 같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두 배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35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30%에 도달할 예정인데, 향후 10년간 65세 이상 인구는 480만명이 늘고 20·30대 인구는 2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이라면 한국의 혁신 동력도 일본처럼 급격히 꺼질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인재 부족 문제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기술 등 4대 첨단기술 분야에서 2027년까지 약 6만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설상가상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이탈 추세가 심화하면서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2023년 세계 36위까지 추락했다. 정부가 AI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혁신을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인재 부족은 교육의 기능 상실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교육은 미래 인재 양성보다는 입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의대에 가겠다는 상황에서 미래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바꿔보겠다고 역대 정부는 교육 개혁을 외쳤지만, 매번 입시의 틀만 바꾸다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는 교육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역할도 막중하다. 최근 OECD 보고서는 한국은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강하지만 시장화와 신제품 확산은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학술적 논의에서만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시장화를 통해 산업적 가치가 실현돼야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산업적 가치 실현은 성장의 동력이고, 혁신 인재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져 인재 유출도 막을 수 있다. 산업적 가치 실현을 막는 핵심 요인은 규제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혁신이 성공하려면 규제의 창조적 파괴가 전제돼야 한다.


그 사회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개방하고 허용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는 과정에서 한국은 매우 경직적인 사회가 됐다. 정치, 노동, 대학 등 사회 주요 집단은 기득권과 경직적인 제도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개방과 변화를 허용하는 사회가 '창조적 파괴'를 만든다고 했다. 급격한 인구구조변화 시대에 한국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혁신을 통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교육, 시장 규제, 기득권, 그리고 제도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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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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