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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길 산책]K콘텐츠의 동력, 팬덤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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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구조 바꾼 팬덤 성장
힘의 악용 막을 조정장치 마련해야

[남산길 산책]K콘텐츠의 동력, 팬덤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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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진영 공동위원장은 '팬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응원봉은 K팝 팬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요소'이며, '이름을 가진'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동반자라는 점을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Fanomenon)'으로 설명했다. 이는 콘텐츠 이용자에 대한 시선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전국의 만 13~69세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8%가 팬덤 활동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의 팬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연령대와 분야를 넘어 팬덤 문화가 폭넓은 사회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덤은 문화적 현상인 동시에 산업을 뒷받침하는 시장의 주체다. 미국의 대중문화학자인 헨리 젠킨스가 '팬'을 '문화생산자'로 지칭한 것처럼, 팬덤은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사회적 공동체성을 형성하고, 자발적 공유와 확산을 통해 콘텐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들로 간주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팬덤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단순 소비층을 넘는 핵심 타깃인 동시에, 팬덤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은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구매와 경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이른바 팬덤 이코노미(fandom economy)다.


팬덤 이코노미가 작동되는 현상은 글로벌 공통이지만, 그 특성과 바라보는 시각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디즈니, 마블, 해리포터 등으로 상징되는 기존 서구의 팬덤은 개인 중심의 선택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느슨한 취향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일본은 주로 '오타쿠' 관점에서 팬덤 현상을 이해하거나, 공간을 소비하는 지역경제 및 관광 연계 프레임으로 초점을 맞춘다. 팬덤 문화의 부작용과 이용자 보호에 관심을 두는 중국의 사례도 있다.


K콘텐츠는 팬덤의 작동 방식에서도 독특한 면모를 보여 왔는데, 특히 K팝 팬덤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이 드라마, 웹툰, 영화, 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K콘텐츠 팬덤은 단순한 열성 소비자를 넘어 콘텐츠에 대한 공동 제작자와도 같은 특징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위해 움직이고 소비하는 집단적 행동력을 보여준다. 팬픽, 팬아트, 밈 등 세계관을 관통하는 2차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새로운 창작의 주체이기도 하고, 번역·자막을 만들거나 홍보 활동 등 콘텐츠의 유통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활동을 하기도 한다. 글로벌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력도 특징이다.


팬 활동이 자연발생적 커뮤니티를 넘어서 산업 가치로 직접 전환되는 팬덤 전용 플랫폼도 특기할 만하다. 특히, 국경을 넘는 글로벌 동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상호작용성은 팬덤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 1억5000만건을 넘기고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가 넘는 위버스(Weverse) 등의 팬 플랫폼은 아티스트와 팬의 상호작용을 '경제화'했다. MIDiA 리서치에 의하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중심이었던 음악 분야의 수익구조에서 슈퍼팬(superfans)을 대상으로 한 상품·서비스 수익이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41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팬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IP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드라마 팬덤이 패션, 관광산업으로 연결되고, 게임 팬덤은 e스포츠 산업을 견인하며, 웹툰 팬덤은 다양한 지식재산권(IP) 파이프라인이 되어 콘텐츠가 장기적 수명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팬덤 보유 자체가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장르 확장, 머천다이징과 라이선싱을 통한 연관상품, 팬덤 기반의 팝업스토어, 전시, 촬영지 방문 등 원천 IP의 확산 경로를 이끌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팬덤의 고유한 특성은 오늘날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통해 경쟁력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고, 나아가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지향하는 K콘텐츠의 미래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단순히 지갑을 여는 소비자를 넘어 '최애'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기반이 된 콘텐츠 IP의 2차 생산자이자 글로벌 확산 주체이며, 슈퍼 IP의 확장과 시장 개척의 엔진이다. AI 크롤링 학습 논란, 환경친화적 콘텐츠 상품 등 콘텐츠 소비와 연결된 사회적 담론도 이끌고 있다.


일각의 우려도 존재한다. 팬덤의 집단적 움직임이 콘텐츠나 아티스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발적 소비를 넘는 과도한 마케팅이나 상업적 오용의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참여 공동체이자 지속 가능한 IP 확장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율적 조정 장치가 필요한 지점이다.


콘텐츠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 소비를 넘어 장기적 인 브랜드화가 가능한 슈퍼 IP가 필요하고, 이는 팬덤의 지지와 동력으로만 가능하다. 창작자, 기업과 함께 콘텐츠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한 축으로서 팬덤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팬덤의 시대, 팬들의 참여와 소비가 새로운 K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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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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