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에선 군대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서울 송파구가 최근 2년간 서울시에서 ‘병역명문가’가 가장 많은 자치구로 선정됐다. 서울지방병무청 병역명문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서울에서 2196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으며, 이 중 송파구는 148가문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병역명문가는 3대에 걸쳐 모두 현역 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대상으로 병무청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선정된 가문에는 병역명문가증이 발급되고, 병무청이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와 예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장지동에 사는 장정만(55)씨 집안은 6·25전쟁부터 병역 역사가 시작됐다. 그의 선친 장송걸(1924년생)씨는 6·25전쟁 당시 철도공무원으로 전쟁 기간 내내 군수물자 수송 임무를 맡았다. 이후 2대인 장씨와 형은 육군 병장으로 복무했다. 3대인 장 씨 아들과 조카 또한 육군에서 가문의 병역 전통을 이었다. 장씨 아들은 군에서 맡았던 기갑 보직과 대학 IT 전공을 살려 현재 방산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가락동에 거주하는 윤태춘(69)씨는 병역이행 가족이 12명으로, 최근 2년간 선정된 가문 중 가장 많다. 1대인 윤지현(1929년생)씨가 6·25전쟁이 끝난 1953년 12월 15일부터 육군으로 미군 부대에 배속돼 55개월간 복무했다. 2대인 윤씨를 포함해 다섯 형제 모두, 아들과 조카 6명까지 육군으로 병역을 성실히 이행했다. 3대까지 12명 중 하사 두 명을 제외하고 10명이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며 병역이행의 정석을 보여줬다.
윤씨는 “우리 집안에선 군대 가는 건 아버지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고, 병역의무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며 “우리 가족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밖에도 가족 6명이 무려 741개월로 약 62년 동안 병역의무를 이행한 가문, 1대 해군 복무 이후 2·3대가 해병대 복무를 마친 가문 등 다양한 병역 이야기가 송파구 곳곳에 있다.
송파구는 이 같은 보훈 가치를 행정의 핵심에 두고 있다. 보훈 수당을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고, 6·25 참전유공자에게는 매년 6월 25일에 참전 수당 30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장례지원 사업, 영정사진 촬영 지원 등 다양한 보훈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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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병역명문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은 송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라며 “앞선 세대의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존중받는 도시, 송파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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