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8일 SK그룹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지속하는 가운데 배터리 사업의 개선 여부가 향후 그룹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수명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날 웹캐스트에서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재무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상당 기간 배터리 사업 안정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SK온의 신용도와 연계해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하락 하향 압력도 증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SK온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면서도 "SK온과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합병 등으로 현금 창출력 강화는 배터리 사업 부진이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신용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장 수석애널리스트는 SK그룹이 작년 에너지 부문 수익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이익 실현으로 그룹 실적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룹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와 반도체 부분이 경기나 업황에 따라 높은 실적 변동성을 보이며 그룹 영업 실적에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 배터리 사업의 실적 악화에도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경쟁력에 힘입은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영업이익으로 그룹 수익성이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부터는 배터리 사업의 투자 자금 수요가 상당 수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의 우수한 현금 창출력, 비핵심 자산 매각 성과를 감안하면 그룹의 재무 구조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신규 투자로 차입 부담이 확대된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재무 안전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그룹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자본성 조달 금액 중 1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재무적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상환전환우선주(4조6000억원), 전환우선주(3조4000억원), 신종자본증권(1조6000억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4000억원),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1조5000억원) 등이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된 본성 자본 조달 규모가 약 8조원으로 그룹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SK온의 기업공개(IPO)에 연계된 재무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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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SK그룹의 경우 석유화학 계열사의 신용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SKC·SK피아이씨글로벌 등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또 SK지오센트릭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 중이다. 그는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 재편에도 현재까지 화학, 석유화학 계열사의 가시적인 방향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며 "업황 침체와 실적 저하가 지속되고 그룹이나 계열사 차원의 구체적인 재무 계획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신용도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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