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對中 고강도 압박
장기전 선택시 美 피해 커져
美 명분·中 실리 선택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는 145%로 인상하여 중국을 여타 국가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보인다. 그러나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대화 중이며, 향후 3~4주 안에 중국과의 통상협상이 타결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세계는 미국과 중국 간의 협상 조기 타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하고자 하면 문을 열어놓겠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대미 관세율을 125%로 올리면서 향후 미국의 추가적 관세 인상은 '무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장기전 포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이 처한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기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을 확대하도록 압박하는데 집중했던 반면에, 중국 정부는 2기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하여 관세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굴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을 제대로 대우(respect)할 것을 협상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대미 수출의 GDP 비율은 2.8%지만 미국의 중국 수입 대 GDP 비율은 4%다. 이것은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보다 미국의 중국으로부터 수입 감소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40%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2000년 대비 2022년간에 미국의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 수는 4배 증가했지만 중국이 미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품목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총체적으로 양국 간의 관세전쟁에서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큰 고통을 치를 수밖에 없다.
셋째,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력은 미국의 상당 수준을 추격하여 대중국 수출 금지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1기의 대중국 무역 제재를 통해 중국은 이미 무역전쟁에 단련과 준비가 되어 있으며, '딥시크' 사례와 같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
넷째, 정치적 인내력에 있어 미국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내년 11월에 중간선거가 있고 2028년 11월에 대선이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선거가 없고 시 주석은 임기가 없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정부는 높아가는 부정적인 국내 여론 압력에 쫓기지만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애국 지지를 받아 버티기 전략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이 장기로 갈수록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은 손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효했던 '해방의 날' 이후 세계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 회피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의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가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 1기의 무역전쟁에서 양국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는 2년이 걸렸던 반면에 이번 관세전쟁에서는 1기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대치가 장기전으로 갈수록 고통을 견디는 역량이 강한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수록 양국 공히 상처가 깊어지는 만큼 결국에는 합의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양보했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얻고, 대신 중국은 실속을 얻는 모양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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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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