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와 용산구, 규제 이후 평균 낙찰가율 100% 상회
규제 적용 안되는 '틈새시장'으로 각광
잠실 리센츠·청담 건영 등 낙찰가율 120% 넘는 사례 속출
"거래는 줄었으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심리 확산"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경매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이후 투자 수요가 경매 시장에 몰려들었다. 일반 매매와 달리, 거래 허가나 실거주 의무가 없고 갭 투자도 가능하다. 주요 단지의 경우 낙찰가율이 120%를 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4주간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는 총 19건의 아파트가 낙찰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인 낙찰가율은 4개 구 모두 100%를 넘겼다. 강남구는 3건의 경매에서 평균 낙찰가율이 108.9%에 달했고, 송파구(10건)는 106.8%로 나타났다. 용산구(2건)와 서초구(4건)도 각각 104%, 100.8%를 기록했다.
토허구역 지정 전후로 확연히 바뀐 분위기가 통계로 확인된다. 4개 구 중에서 토허구역 지정 이전인 올해 1월1일부터 3월23일 사이 낙찰가율 100%를 넘긴 곳은 없었다. 이 기간 강남구의 낙찰가율은 95.7%, 서초구는 90.5%, 송파구는 94.3%, 용산구는 94.2%였다. 4개 구 모두 규제 이후 낙찰가율이 10%포인트가량 오르면서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다. 잠실 대장급으로 통하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하나다. 지난 14일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12층) 경매 물건은 감정가 23억9000만원 대비 24% 비싼 29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22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같은 면적 기준 최근 실거래가(30억원)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 단지 84㎡는 18일 현재 26억9000만~3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경매가 아닌 일반 매매시장에서의 급매나 저가 매물보다 비싸게 낙찰된 것이다.
규제 이후 가장 낙찰가율이 높았던 사례는 청담동 건영아파트다. 지난 2일 전용 101㎡(17층)는 감정가 30억3000만원보다 7억8000만원 가까이 높은 38억1132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26%를 기록했다. 응찰자도 13명이나 몰렸다.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비싼 '고가 낙찰' 중에서도 높은 낙찰가율인 120%를 넘긴 사례는 리센츠, 건영과 함께 총 3건이다. 지난달 31일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전용 131㎡도 31억7640만원에 낙찰되며 낙찰가율 12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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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경매시장에 몰린 결과다. 경매는 토허구역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실거주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전세를 낀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경매가 틈새시장으로 주목받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규제로 인해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현재의 시장 심리가 경매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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