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정당해산은 이승만정부 때 첫 시도
과거엔 반대세력 억압 위해 정부가 정당 해산
의원직 상실·재산은 국가 환수
정당해산제도 독일·스페인 있고 미·영은 없어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서로를 향해 '입법 폭주로 인한 헌법 유린'과 '내란 옹호' 등을 주장하며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언급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 사례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는 법원 결정에 의한 첫 해산 결정일 뿐 한국 현대사에서 정당이 강제 해산된 전례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존재해 왔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정당이 강제 해산된 사례들이다.
첫 정당 해산은 이승만 정부 때 발생했다. 독립운동가 출신 조봉암 전 농림부 장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였다. 대중적 지지를 받는 조 전 장관이 자유당 집권에 위협이 된다고 본 이승만 정부는 그를 간첩 혐의로 구속하고, 그가 창당한 진보당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이유로 1958년 강제 해산시켰다. 50여년이 지난 2011년 1월 대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고, 그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 탄압이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후 정당 해산은 군사 정권에서 빈번하게 벌어졌다.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 재건을 명분으로 정당 활동 전면 금지와 국회 해산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존재했던 자유당, 민주당 등 정당들은 공식적인 해산 절차를 밟지 못했으나, 정치 활동을 금지당했기 때문에 사실상의 정당 통제·해산 조치로 평가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에도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와 정당을 해산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역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국회·정당 활동을 전면 금지했고, 이에 따라 당시 민주공화당, 신민당 등 정당들이 강제로 해산됐다.
통진당은 헌재에 의한 헌정사상 첫 위헌정당 사례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결정적인 계기는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다.
이는 정당제에 관한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것으로, 해당 조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의원들은 직을 잃는다. 당시 헌재는 이 전 의원을 포함해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등 5명의 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자격 상실을 결정했다. 위헌정당해산제도에 의해 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 전체가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에 2015년 김미희 전 의원 등 진보당 소속 전 의원 5인은 "헌재가 멋대로 법을 해석해 의원직 박탈을 결정했다"며 국회의원지위 확인 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는 "최종적인 권한은 헌재에 있다"며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산된 정당의 잔여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통진당 역시 창당 이후 3년간 국고보조금 163억원 등을 받아왔는데, 잔여 재산을 국고에 반환할 예정이었다. 다만 당시 중앙선관위는 통진당 회계보고를 검토한 결과 잔여재산 2억6000여만원에서 회수불능채권과 청산 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잔여재산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고에 회수할 재산이 없었던 셈이다.
![정당해산되면 국회의원·재산은?…여야 서로 으름장 놓는 위헌정당해산제도[뉴스설참]](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412191231555635772A_1.jpg)
해외 일부 주요국도 정당해산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21조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정당은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나치당 당원과 히틀러 소년단 출신들을 주축으로 창당한 사회주의제국당(SRP)는 1952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다. 1956년에도 독일공산당(KPD)이 정당 해산된 바 있다.
스페인 역시 반헌법적 활동을 할 경우 법원 결정으로 정당 해산이 가능하다. 2003년 바스크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과격 무장단체 ETA(Euskadi Ta Askatasuna)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정당 바타수나가 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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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이런 제도가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표현의 자유와 정치활동의 자유를 강력히 보장하고 있어서다. 영국 역시 국가가 임의로 정당을 해산시키는 제도는 없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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