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밝힌 러트닉 미 상무장관
기술·위생·통관 등 문제 삼을 듯
'바보야,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비관세 장벽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반대 여론과 금융시장 충격에도 전 세계 교역 대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강행하는 가운데, 그의 진의는 '비관세 장벽' 해소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단순한 수입 억제를 넘어 '비관세 장벽 해소'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관세를 미끼로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속내를 드러낸 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다. 러트닉 장관은 4월 3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진짜 문제는 관세율이 아니라 수많은 규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규칙"의 대표 사례로 한국의 미국산 감자 수입을 들었다. 러트닉 장관은 "2012년 한미FTA 체결 후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겠다고 해놓고 감자 원산지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의 수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러 비관세 장벽을 차례로 문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5 해외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기술·위생·통관 규제 전반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K-REACH)의 절차 불투명성과 기업 정보 보호 부족 ▲생명공학 작물의 중복 승인 구조 ▲국제 기준과 상충하는 수입식품 잔류물질 기준 ▲의약품 가격 결정 구조의 불투명성 등이 유력한 후보들로 거론된다. 이외에도 ▲공공조달 시 미국산 클라우드 장비에 대한 차별 ▲OTT 콘텐츠 할당 논의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등은 감자 수입 사례에 이어 미국의 불만 사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 자문위원인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외국변호사는 "미국은 1차적으로 고율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해 압박한 뒤 국가별로 '맞춤형 협상'을 통해 비관세 장벽 해소를 요구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미 일본과 협상을 예고한 만큼 한국도 기술·위생·데이터 등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에 대해 미국 측의 구체적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2017~2018년)에도 관세 정책을 병행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환경·안전 기준 ▲농산물 검역 절차 ▲수입 쿼터 등을 문제 삼았다. 미국은 협상으로 한국의 수입차 안전검사 기준 완화와 함께 픽업트럭 관세 유예 조항 연장을 얻어내고 비관세 장벽을 낮췄다.
한국통상정보학회 부회장인 박효민(43·사법연수원 41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통상 압박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구조를 설계하려는 전략"이라며 "한국도 단순한 피해국이 아니라 어떤 공급망에 설지, 어떤 가치를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동맹으로서의 전략적 신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고 기업 역시 단기 해법을 넘어 구조적 변화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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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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