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라이브파크, 응찰자 34명
낙찰가율 100% 넘긴 물건도
평균 응찰자수 두 자릿수 넘겨
"우상향 기대, 경매시장 선반영"
#지난 25일 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노원구 중계금호타운 전용면적 85㎡는 7억459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6억9700만원)보다 4890만원 비싼 가격에 최종 낙찰되면서 낙찰가율은 107%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실거래가(2월26일·7억2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최근 실거래 물건은 저층(2층)이고, 경매 물건은 중층(9층)에 해당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낙찰가가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경매가 이뤄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벽산라이브파크 전용면적 59㎡에는 34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5억4200만원)의 98% 수준인 5억3228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1회 유찰돼 최저가가 80%까지 떨어졌으나, 응찰자가 몰리며 최저가보다 1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에 집주인을 찾았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일대 법원 경매 낙찰가격이 상승 중인데, 그 폭이 심상치 않다. 실거래가를 넘겨 낙찰받거나, 최저가 대비 20%포인트 높게 낙찰가격이 형성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와 재지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으로, 토허제 풍선 효과가 노도강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북부지법에서는 노도강 지역 아파트 27건에 대한 경매가 이뤄졌다. 이 중 전체의 41%인 11건이 이전 유찰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경매는 감정가로 최초 경매가 이뤄진 뒤 유찰될 때마다 입찰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20%씩 떨어진다. 지난해 80%대 선에서 머물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이달 들어 90.2%로 치솟았다.
평균 응찰자 두 자릿수…노도강 경매 낙찰가 뛴다
지난 25일 노원구 중계동 현대그린아파트 전용면적 85㎡는 감정가(7억400만원)의 80%인 5억62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는 낙찰 전, 두 번의 유찰로 감정가 대비 최저가가 64%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같은 날 경매가 이뤄진 노원구 월계동 꿈의숲에스케이뷰 전용면적 59㎡도 감정가(8억8400만원)의 80% 수준인 7억1099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물건의 최저가는 감정가의 64%였다.
최저가보다 입찰가를 높이 써야 낙찰이 되긴 하지만, 최저가 대비 15%포인트 넘게 낙찰가를 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감정가 대비 최저가가 64%까지 낮아진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이 80%를 넘기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최저가보다 낙찰가를 20%포인트 올리는 것은 반드시 물건을 낙찰받아야 하거나,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강한 시기에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3월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 경매에 참여한 평균 응찰자 수는 10.2명으로, 전달(6.7명) 대비 1.5배가 늘었다. 이 수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3년 9월(13명)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경매가 이뤄진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53㎡에는 15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아파트는 2회 유찰로 감정가 대비 최저가가 64%(2억5792만원)까지 낮아진 상황이었으나, 감정가(4억300만원)의 78%(3억1311만원)에 낙찰됐다.
평균 응찰자 수가 한 자릿수 대였던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월만 해도 노도강 지역의 평균 응찰 자수는 4.3명에 불과했다.
토허제 풍선효과일까…2월 규제 해제 여파 의견도
토허제 재지정에 따른 풍선 효과가 옮겨붙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경매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는 것이다. 두 물건은 서울시가 지난 19일 토허제를 재지정해, 이를 시행(24일)한 지 하루가 지난 시점에 경매됐다. 경매 시장은 일반 매매 시장의 선행 시장으로 여겨진다.
강 소장은 "토허제 확대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이 노도강 경매 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3월 경매시장은 마포구와 성동구 등 인접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노도강 지역도 토허제 풍선효과의 무풍지대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토허제 해체 이후 시작된 집값 상승 열기가 노도강 지역으로 전이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토허제 확대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 바로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지난달 규제 해제 이후 시작된 집값 상승 여파가 노도강까지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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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경매 시장의 열기가 향후 매매 시장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현 연구원은 "노도강은 하락기 이후 회복 시점에서도 가격 반등을 많이 하지 못했던 지역"이라며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이라는 변수가 있으나, 경매 시장의 열기가 장기적으로는 매매 시장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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