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을 위한 실무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지난 3일 이후 불과 이틀만이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왈츠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우리는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적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이어 "또한 안보 문제와 우크라이나·미국 간 양자 관계 틀 내에서의 입장 조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며 "우리는 이 중요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팀을 위한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의 협력에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며, 다음 주 양측의 향후 회담에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양측의 전화 통화는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4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낸 이후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상황을 바로잡을 때"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원하는 광물 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오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안을 두고 언쟁을 벌이다가 "당신에겐 패가 없다"는 모욕적 언사를 들은 후 쫓기듯 백악관을 떠났다.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광물협정 체결도 불발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정보 교류도 일시 중단했다고 AP통신은 이날 전했다.
지금 뜨는 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은 국가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과제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굴욕적인 모습에 대해 "남은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어쩌면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라면서 "백악관과의 관계 회복 여부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