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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기술혁신'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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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없는 기술‥방향성 상실
무엇·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고민없으면 지속가능성 없어

[초동시각] '기술혁신'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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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응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최근 만난 엔비디아 한 임원의 말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신선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우수한 부품(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혁신을 이루려는 기업들이 더 잘 성장하도록 돕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인류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기여하는 '가치생산' 기업이 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는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바라보는 철학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흔히 매출과 기술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는 것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었다. 우리가 기술 개발과 시장 점유율을 고민하는 동안, 이들은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이런 질문이 사치로 보일 수도 있다. 수요 둔화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 수익성을 지켜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기업이 단순한 기술 개발과 생산을 넘어, 기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엔비디아의 철학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엔비디아가 던진 메시지를 우리 산업계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철학이 없는 기술은 방향을 잃기 쉽다.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된 기술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기술의 정점을 향한 강한 동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 반도체 기업의 정체성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와 기술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최적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비전이 요구된다.


과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과 SK의 창업주들은 기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즉 '기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전 회장 역시 '선경후민(先景後民)', 즉 '기업이 먼저 성장해야 국민이 잘살 수 있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을 경영 이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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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산업계는 '철학의 공백'이라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인 듯하다. 과거와 달리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나 창출해야 할 가치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기술 그 자체를 넘어 혁신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근본적인 철학을 다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 이런 철학이야말로 우리 기업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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