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방패, 심장부를 가다①]
삼성전자 따돌리는 TSMC 신주공장을 가다
4개 라인 중 절반 완공…6개월째 시험가동
이달부터 EUV 등 핵심 설비 장착 시작
인텔向 공장으로 구상…경영난 영향 가능성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60여㎞ 떨어진 신주과학단지 바오산의 한 공사 현장. 타이베이역에서 신주역까지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엔 거대 단지의 굴뚝 위로 어마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른 새벽인데도 약 2.5m 높이의 임시 외벽 너머 사무동 건물 공사 현장으로 인부들이 줄지어 이동했다. 그 뒤편으로 높게 설치된 외벽은 생산 공장을 따라 빙 둘러있다. 이곳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가 2㎚(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시험생산 중인 팹20이다.
!["벌써 수율 60% 육박, 삼성전자의 2배"…열일하는 TSMC '2나노 성지' 가보니[르포]](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0608373756366_1741217856.png)
5일 대만 반도체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신주현 바오산에 위치한 TSMC의 팹20 내 4개 생산 라인 가운데 2개 라인(P1·P2)은 이미 완공됐다. 이들 라인은 6개월째 2㎚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율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양산 시기 역시 당초 목표였던 연말에서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2위 파운드리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2㎚ 수율이 아직 20~30% 수준에 머무는 것에 비하면 TSMC 행보는 더욱 격차를 벌리는 모습이다.
현장을 찾은 지난달 21일엔 외벽 너머로 나머지 P3, P4 라인의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P3 라인에는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뉴메리컬애퍼처(High-NA) EUV 등 핵심 장비 반입 및 설치 작업이 이달부터 시작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인텔向으로 건설된 팹20…2㎚ 성지
바오산 팹20은 TSMC의 현존하는 2㎚ 생산 공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연내 양산을 시작할 팹20의 면적은 약 55만㎡로, 우리나라의 웬만한 지역 산업단지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
지난 1월21일 발생한 6.4 규모의 지진에도 불구하고 공장 준공 속도는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당시 피해는 3㎚, 5㎚ 공정 공장이 위치한 대만 남부과학단지에 집중됐다. 팹20은 잠시 운영을 멈췄을 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완공된 사무동 건물 안으로는 전기공사가 마무리돼 형광등이 밝게 켜져 있었다. 업계 소식통은 "이미 사무동을 비롯한 전기공사는 상당 부분 끝났고 로비와 주변 연결 도로, 주차장 등 부대 인프라 조성 공사가 남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공장 수율은 예상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은 TSM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회사의 2㎚ 공정 수율이 현재 60%를 초과했으며 기존 목표보다 생산능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연말 완공이 예정된 가오슝 팹22 생산량까지 더해 연말 월 5만장 수준이던 목표 생산량을 8만장까지 늘릴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곳곳서 교통체증…신주과학단지는 '팽창 중'
1980년 말 대만 정부에 의해 설립된 신주과학단지는 이 TSMC의 요람이자 심장부다. 현지에 조성된 과학단지 중에서 가장 규모(1467㎡)가 작지만 반도체 분야 입주기업 수(200개·1월 말 유효허가 기준)는 압도적으로 많다. 1987년에 설립된 TSMC뿐 아니라 UMC, VIS(뱅가드), 미디어텍, 리얼텍(팹리스), 노바텍(설계) 등의 본사도 이곳에 입주해있다. 대만 내 중부과학단지(1485만㎡)와 남부과학단지(2149만㎡)는 각각 정밀기계(88개), 바이오(82개) 업체 등이 밀집돼 있고, 반도체 기업은 중부에 18개, 남부에 41개 수준에 그친다. 두 개 단지 입주기업을 합쳐도 신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벌써 수율 60% 육박, 삼성전자의 2배"…열일하는 TSMC '2나노 성지' 가보니[르포]](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0414365553574_1741066615.jpg)
반도체 분야의 성과는 매출 비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해(1~10월) 신주과학단지에서 발생한 전체 1조2523억대만달러(약 55조5145억원)의 매출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만 8920억대만달러(71.2%)를 벌어들였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1496억달러), 광전자(1014억달러)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다. 반도체 매출 비중은 중부와 남부과학단지에서도 각각 81.5%(6928억대만달러), 84.1%(1조4402억대만달러)로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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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과학단지 입주 기업들의 신규 공장 설립과 기존 설비 확대 등으로 신주현의 도시 밀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이 심각해 현지인들마저도 "스케줄이 있다면 시간이 빠듯하니 단지 내에서는 계획보다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라고 조언할 정도다. 지난달 방문한 현장 곳곳에서도 급증하는 수요의 영향으로 차선을 넓히는 도로 확장 등 인프라 공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었다. 현지인 천모씨는 "상주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이동 차량도 많아지다 보니 도로와 신호등 등 인프라 확대 공사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최근 들어 외부 방문객 규모가 늘면서 기업별로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별도 셔틀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신주(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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