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R1 '소용돌이' 이면에 화웨이 반도체 굴기 배경 의심
미 반도체 수출 규제 돌파한 2023년 7㎚노 스마트폰 칩 사태 재현 가능성
엔비디아 쿠다 맞서는 소프트웨어 지원도 나서
화웨이 부상에 中 시장서 애플 아이폰도 추락 경험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선보인 '생각하는' 인공지능(AI) 'R1'이 미국 경쟁사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은 약 500만달러의 비용으로 미국과 맞먹는 성과를 낸 이면에는 '화웨이'가 배경이라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측에서는 중국 측이 대외 선전을 위해 학습 비용을 축소했거나 수출이 제한된 엔비디아의 H100 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밀수 등을 통해 대량으로 확보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중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힘의 원천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대중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독자적인 GPU 반도체 개발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실상 미국기업들이 독점 중인 GPU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도 중국뿐이라는 점은 전 세계 반도체 업체에 울린 새로운 '경고사이렌'이다.
31일 외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딥시크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는 화웨이가 개발한 어센드(Ascend) GPU다.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산업 정책에 따라 반도체 분야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가 어센드 910C다. 어센드 910C는 중국 AI 산업에는 '희망의 불씨'와 같은 존재다.
유명 분석가이자 팁스터인 @Dorialexander는 딥시크가 대중 수출 모델인 엔비디아 H800 프로세서에서 학습됐다고 했지만, 화웨이 어센드 910C 프로세서에서 추론을 실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또 화웨이'냐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 발 역습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화웨이는 2023년 7㎚(1㎚=10억분의 1m)급 반도체 공정을 사용한 메이트60프로 스마트폰을 공개해 미국을 경악시킨 경험이 있다. 중국은 당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의 방중 기간에 이 전화기를 공개했다. 미국은 허를 찔렸다.
미국은 7㎚ 이하급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당 공정 진입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통제했지만 뜻을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화웨이는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에서 설계한 칩을 SMIC를 통해 생산해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후 발전이 더디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놀랍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는 두 번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등 애국 소비를 유발해 중국 시장에서 공고한 성을 쌓았던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다.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추락한 것도 화웨이발 공세가 시발점인 셈이다.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의 A, H 급 GPU에 비해서는 성능이 뒤진다. 특히 H100에는 아직 대적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어센드 910C는 'A100'에는 어느 정도 근접했다는 평가다. A100과 비교해 30%가량 저렴한 1만5000~2만달러 정도에도 비슷한 성능을 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A100은 지금도 국내 대부분의 AI 관련 기업들이 사용 중인 GPU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주력으로 사용한다. 더 성능이 높은 H100 급은 국내에는 2000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 GPU에 비해 전력 소비도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는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찰떡궁합'으로 사용하는 쿠다(CUDA)에 대한 대안까지도 마련해놓고 있다. '마인드스포어(MindSpore)'다. 중국 내에서 화웨이 GPU와 마인드스포어 사용이 늘어날수록 중국의 독자적인 AI 개발은 탄력을 받게 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화웨이 성장의 배경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연관된 기업으로 규정하고 제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해외시장에서도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화웨이도 중국 정부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번에도 또 허를 찔렸다.
약점도 있다. 어센드의 성능이나 발전 속도, 마인드스포어 사용자는 여전히 엔비디아와 쿠다에 크게 못 미친다. 낮은 수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국의 GPU 수출 규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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