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들, 하나둘 입장 선회
"대체 금 VS 애완용 돌"…입장 엇갈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10만6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월가 거물들의 비트코인 관련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중에선 비트코인에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국가들이 과도한 재정적자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믿을 때 대응 수단”이라며 “공포를 느낄 때 투자하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을 ‘돈세탁 지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하는 등 통화가치 하락과 정치적 불안정을 헤지(위험 분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 또한 지난 2021년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지난 2017년까지 비트코인을 ‘투기적 거품’이라 했지만 2021년에는 ‘대체 금과 같은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경제적 효용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달 초 “몇 년 전보다 100배 가격에 거래되는 자산을 샀으면 좋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의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가상화폐를 ‘탈중앙화 폰지사기’라 불렀고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쓸모없는 애완용 돌’이라고 칭했다. 올해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개인적인 조언은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도 “자유 국가인 만큼 여러분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또한 대표적인 비트코인 비관론자다. 그는 지난 2018년 비트코인에 대해 ‘쥐약’이라고 말하며 전 세계 비트코인이 25달러라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CNBC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은 복권을 좋아한다”며 “(비트코인도) 도박 본능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석유 비축 기금과 유사한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기금을 만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석유처럼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며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주도권을 잡게 하고 싶지 않게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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