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제·민생 분야라도 구성하자"
국민의힘 "우리가 여전히 여당, 협조해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국정 운영을 함께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국회 주도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이끈 만큼 야당의 국정 운영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마치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한)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으니 여당도 꼭 참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름, 형식, 내용 등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가 부담스러우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구성하자"고 요청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협의체 제안 하루 만에 주도권을 여당에 제시하며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을 두고 차기 수권정당으로서 자신감의 표출로 봤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야당 대표를 넘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쟁보다 민생경제를 강조하며 통 큰 양보를 통해 여당의 협의체 참여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앞서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협의체를 주도할 경우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야권발 주요 법안이 대거 통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경제 분야 협의체 구성만으로도 주요 쟁점 법안 통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듯하다. 이 대표는 당장 민생회복 정책 일환으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자신이 주도해온 지역화폐 예산을 비롯해 대통령 거부권으로 가로막힌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역시 협의체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셈이다.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국회와 협의체 구성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여야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정협의체 문제는 야당보다 여당과 어떻게 결론 내야 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역시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이날 청사에서 부처별 주요 현안을 보고 받을 계획이다.
관건은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앞서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 구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협의체를 수용할 경우 야당의 국정 운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고위당정협의회 혹은 실무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여당이 주도적으로 국정을 수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야당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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