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트럼프 관세’ 위협에 직면한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멕시코에 투자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날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며 "양국 사이에 좋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관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잠재적으로 관세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 및 마약 대처에 미흡하다고 비난하면서 취임 후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멕시코는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채널을 확대하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날 통화가 "매우 친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통화에서 멕시코 정부가 수행해온 이주 이니셔티브에 관해 설명했고, 트럼프 당선인 역시 정부 측 노력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가 펜타닐 남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에서 멕시코로 들어오는 마약 카르텔용 미국산 총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설치하겠다는 확실한 프로젝트 제안을 확인한 바 없다"며 "중국 전기차와 관련해 확정된 투자는 없다"고도 말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수출기지로 활용해 관세를 우회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멕시코 정부로선 대규모 관세 위협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캐나다와 협정(USMCA)을 맺고 있기 때문에, 교역에 있어서 이들 국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취한 접근 방식이며, 이런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계획에 대한 질문에 "그가 재고하길 바란다. 이건 비생산적인 일"이라며 "멕시코, 캐나다와의 관계를 망치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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