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윤 대통령 이어 김용현 국방장관 회담
무기 요청 가능성…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변수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놓고 사실상 지원 불가 입장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당초 북한이 파병하면서 단계별 대응을 검토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무기 지원 딜레마가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을 대표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어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이어갔다. 특사단은 이 자리에서 북한군 파병 상황 등을 설명하고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사단이 어떤 무기를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 파병 문제가 급부상한 한 달 전 정부가 내놓은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22일 "북·러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인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 윤 대통령도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대원칙도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방부는 대통령실에 우크라이나에 지원 가능한 무기들의 현황과 보유량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방공무기를 요청했을 경우 신형 천궁 미사일이 도입되면서 퇴역한 호크 미사일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크다. 호크 미사일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 155㎜ 포탄도 검토 대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수출 및 대여 방식으로 60만발의 155㎜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변수는 미국이다. 내년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벌써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러시아가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방어무기를 자국 군대를 겨냥한 ‘살상 무기’로 간주하고, 외교적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정부는 대북정책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입장을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특사단 파견을 검토하는 만큼 현지 상황을 본 뒤 무기 지원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원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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