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만으로 구성된 상표는 식별력을 갖추지 못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0월 31일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거절결정 심결 취소소송(2023후1045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미김 제조업체인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김 포장지 디자인에 활용해왔다. 성경식품은 2020년 한반도 지도 형상의 아웃라인을 상표로 등록하고자 출원했으나 특허청 심사관은 이를 ‘지도만으로 된 상표’로 보고 등록을 거절했다. 특허청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일반적인 지리적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어려워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성경식품은 이에 불복해 1심인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특허법원은 “한반도 지도 형상의 상표는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기 쉬워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기 부적합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성경식품 측은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원래 식별력이 없는 상표라도 일정 기간 사용을 통해 특정인의 상품임을 표시할 수 있게 된 경우 예외적으로 등록이 허용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의 외곽선을 단순화하고 색을 변경했으나 이는 일반적인 지도 표현 방식의 변형으로 보인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도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식품은 1994년부터 25년 이상 조미김 등을 판매하며 한반도 지도 모양 도형을 포함한 다양한 상표를 사용해 왔지만 해당 상표를 단독으로 사용한 실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상표들은 대부분 한반도 지도 형상 외에 ‘지도표’, ‘성경’ 등 문자가 결합한 형태였으며 이는 출원한 한반도 지도 형상 상표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경식품이 출원한 상표는 한반도 지도 형상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정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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