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돌파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서둘러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놓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은 건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금리인상 이후 역대 네 번째다.
1997년 10월까지만 해도 900원 중반대를 유지해왔던 환율은 11월 정부가 '심각한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고 발표한 직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 달 만에 1100원대를 훌쩍 넘은 환율은 그해 연말까지 브레이크 없이 치솟았으며 급기야 12월24일 1964.8원(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환율은 한동안 급등락을 거듭했다. 1900원대에서 닷새 만에 1400원대로 떨어졌다가 1998년 1월 다시 18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요동을 쳤다. 환율 발작은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라야 1200원대까지 내려오며 안정세를 찾았지만, 그해 9월에 재차 1400원을 돌파하는 흐름을 보였다. 2000년 초중반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로 떨어졌다.
다시 1400원대를 뚫은 건 외환위기 이후 약 10년 만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당시 환율은 10월10일 1420.3원까지 올랐고 이후 급등락을 거듭하며 11월24일 1509.0원까지 치솟았다. 이듬해인 2009년 3월3일에 1573.6원까지 올랐다가 이후부터는 지속 하락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2022년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14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9월30일 환율은 1434.8원까지 올랐고, 이후 한 달 반가량 1400원대에 머무르다가 서서히 떨어졌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강달러 기조를 해소할 만한 요인이 없다며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언급하는 상황이다.
환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에 머물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해,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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