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눈치를 보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거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반면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영향으로 대출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70~6.10%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당일인 지난달 11일(3.71~6.1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19%에서 3.243%(12일 기준)로 소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눈치를 보던 시중은행들은 하나둘씩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5대 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전날 예금 10종·적금 12종의 금리를 0.10~0.25%포인트씩 내려 마지막을 장식했다.
앞서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지난달 23일 수신상품 금리를 각기 0.2%포인트, 0.25~0.55%포인트씩 인하했고 뒤이어 하나은행이 지난달 1일 0.05~0.25%포인트, 신한은행이 지난 8일 0.05~0.30%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의 주요 예금상품 금리는 3%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전날 기준 KB국민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KB 스타 정기예금'의 경우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2.50%, 최고금리는 3.35%였다. 신한은행의 대표 상품 '쏠 편한 정기예금'도 기본금리 2.60%, 최고금리 3.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로 대출 성장이 제약된 상황인 만큼 수신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 확대가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금리는 곧 대출고객의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지난 6월엔 0.41~0.68%였지만 9월엔 0.43~1.05%로 상·하단 모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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