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5만달러 이하 계층
약 15%가 트럼프 지지로 이동
경제난 겪은 유권자 압도적 지지
대졸 백인은 해리스가 7% 우위
트럼프가 귀환했다. 이를 쇼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가 올라 최근 여러 나라의 현직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줄줄이 선거에서 패했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멕시코의 집권당 모레나이다. 전 세계 유권자들은 불안하고 좌절하고 변화를 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승리를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공화당을 지지하는 계층에 변화가 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더욱 풍요로운 계층에서 상당한 다수표를 얻었다. 출구조사에 의하면 소득 10만달러 이상 계층에서는 4년 전 대선과 비교해 15% 이상의 유권자가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이다. 반면 연 소득 5만달러 이하 계층은 거의 약 15%가 트럼프로 옮겼다. 이 계층이 최근 실직 위험을 가장 걱정하고,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경제 대 민주주의 대결을 기본 축으로 해서 임신 중지권, 불법 이민이 한 단계 낮은 이슈가 됐다. 이 네 이슈가 분열된 유권자층에서 상이하게 작동하면서 선거 결과를 결정했다. 하지만 경제 이슈가 가장 중요했다. 30% 정도 유권자는 경제를 가장 중시했는데, 이들 중 트럼프 지지율이 약 80%, 해리스 지지율이 약 20%였다. 경제난을 겪은 유권자는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한편 인종, 젠더, 교육 수준의 차이가 선거에 미친 영향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졸 백인에서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3% 우위였는데 이번엔 해리스가 7% 우위를 점했다. 비대졸 백인에서는 큰 변화 없이 트럼프가 30% 이상 우위였다. 유색인종 대졸자에게서는 2016 대선에서 민주당 50% 우위였는데, 이번에 해리스는 33% 우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유색인 비대졸자에서는 2016 대선에서 민주당이 56% 우위였는데 이번엔 30% 우위에 불과했다. 백인 대졸 여성에서는 2016 대선에서 민주당이 7% 우위였는데 이번에는 16% 우위로 그 폭을 넓혔다. 하지만 큰 폭의 변화는 아니어서 젠더, 임신 중지 이슈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백인 비대졸여성에서는 변함없이 27% 정도 트럼프가 우위를 보였다.
또 지역 간 차이도 심해졌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비도시 지역에서 정당 간 득표율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부터 공화당이 우위를 보이기 시작해 2024년에는 약 40% 차이로 벌어졌다. 2016년에 비해 도시지역에서 민주당 우위는 30%에서 20%로 감소하고, 도시 근교 지역에서도 2016년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공화당은 약간 상승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2020년 대선과 비교해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은 지역에서 고전하고, 블루칼라 계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선전했다. 트럼프는 또 경제력이 약한 지역에서 강했다. 과거에도 민주당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과반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우세했다. 이번에 해리스가 우세한 지역의 미국 GDP 생산 비중이 60%에 달하는데 트럼프 우세지역은 40%에 그친다.
요컨대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힘없는 계층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불평등, 사회적 이슈, 차별 등 문제에 집중하고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이제 경제적 약자의 정당이 됐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 경제를 살리고, 미국을 우선시하는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도 거센 변화의 파도가 밀려올 것이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