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원칙상 비공개지만 예외 있어"
정치범 수용소 존재도 간접적으로 인정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극단적인 인권침해 행위로 꼽히는 공개처형 관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최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서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이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 국장은 "원칙적으로 사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히면서도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누범자 중에서도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했거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피해자 가족이 강력하게 공개처형을 원할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해 사실상 공개처형 관행이 있다고 시인했다.
박 국장은 북한이 지금껏 부인했던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反)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전복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런 범죄자들은 교화시설에 수용되고, 다른 범죄자들과는 분리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화시설 수용자들은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며 "수용자들에겐 위생적인 환경과 운동 기회도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화 시설에서 고문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정치범들이 별도의 수용시설에 분리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지금껏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공화국에는 정치범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에 심의받는 제도다. 지난 7일 북한은 5년 만에 UPR 대상이 됐다. 유엔 회원국들은 정치범 수용소나 교정시설인 교화소 등에서 고문과 학대,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겪는다는 많은 탈북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남한 가요나 영화·드라마 등을 유포하거나 시청한 이들을 공개 처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탈북단체가 보낸 대형 풍선에 담겨 있던 USB에 저장된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중학생 30여명이 공개 총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한 인권 침해도 발생했다. 2020~2021년 접경지역(양강도와 자강도)에서 봉쇄방침 위반자가 피격 사망하거나 총살된 사례도 3건이 수집됐다. 2021년 탈북한 한 남성은 그 해 한 지역의 당 조직비서와 인민위원장 등 간부 2명이 격리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의 목욕 요청을 수용했다가 재판도 없이 총살됐다고 증언했다. 같은 해 비상방역위원회가 평안북도에 설치한 초소에서 방역 사항을 지키지 않고 도주하던 차량이 사망사고를 내자 그 주민을 사형에 처한 사례도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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