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1일이 다가오면 남녀노소 막대 모양의 초콜릿 과자를 주고받는다. '11월 11일'에서 숫자 1이 네 개의 빼빼로를 세워 놓은 모양을 닮았다고 해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수십 년을 거쳐 우리나라의 기념일로 자리 잡은 '빼빼로데이'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빼빼로 데이'의 원년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부산·영남의 여고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길 바라며 서로 빼빼로를 교환했다고 한다. 경남 지역 롯데제과 직원은 매년 11월 11일만 되면 빼빼로가 엄청나게 팔라지 본서에 보고했다. 롯데 본사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전국적으로 펴졌다. 빼빼로 데이는 소비자가 만들고 유통업계가 키운 기념일인 셈이다. 언론에서는 1996년부터 다뤄졌다. 이 기념일이 포진한 가을·겨울 시즌(9~11월)에는 빼빼로 판매량이 급증한다. 연간 매출액의 40%가 이 기간에 집중된다.
빼빼로는 1983년 출시됐다.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국내(1480억원)와 해외(540억원)에서 2020억원어치 팔렸다. 올 상반기에는 6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 다른 제과 업계에서도 빼빼로에 대적하기 위해 길쭉한 초콜릿 과자를 선보였으나 빼빼로의 적수는 없었다.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로도 불린다. 정부는 1996년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우기 위해 11월 11일 법정기념일 '농업의 날'로 제적했다. 안철수 연구소는 2003년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세대의 인식을 높이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가래떡 데이'를 만들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2006년 공식 데이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날 쌀 소비 촉진과 농업인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도 11월 11일이 기념일이다. 일본은 11월 11일이 '포키와 프레츠의 날'이다. 이날에는 친구나 연인끼리 막대 과자를 주고받는다. 빼빼로의 원조인 일본 회사의 과자 포키와 막대과자 프레츠의 조합이 1을 닮았다 해서 만들어졌다. 일본의 포키와 프레츠의 날은 1999년 일본기념일협회에서 11월 11일로 하기로 정해졌다.
중국에서는 독신자의 날인 '솔로 데이'다. 광곤(光棍)은 1자 모양의 매끈한 몽둥이라는 뜻과 싱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111이 혼자 서 있는 사람들처럼 생겨서 이날을 '솔로데이'로 정했다. 중국에서는 대학들이 11월 11일에는 이성 간 신체 접촉을 금지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날 할인 행사를 펼친다. 2009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 솔로의 날에 홀로인 사람들은 자신만을 위한 쇼핑을 하며 스스로 위로하라는 뜻으로 할인행사를 했다. 이 행사가 '대박'을 치면서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오프라인 쇼핑몰들도 대규모 할인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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