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독립적 판단 납득해야
정정신고서 무제한으로 가능
유상증자 지연되면 표 대결 의미없어
금융감독원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사실상 제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정 요구 사항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이 충분치 않으면 다시 정정 요구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며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 결정 과정,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추진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해명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전일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통해 지적한 유상증자 추진경위,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실사 경과,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며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
기업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정정 요구를 받으면 3개월 이내에 해당 내용을 수정한 뒤 제출해야 한다. 수정된 증권신고서는 다시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약 10일이 소요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수정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무제한으로 정정 요구가 가능하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과 관련해 정정신고서를 두 번이나 요구했다. 결국 두산은 합병을 철회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 과정을 의심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고, 그 후에 유상증자로 (차입금을)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진행했다면 공개 매수 신고서에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증권신고서 승인이 어려운 셈이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절차를 철회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주주명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35.40%)이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지분율(38.47%)보다 낮다. 올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만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감원의 제지로 유상증자 절차가 늦어지면 의미가 없다.
이런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는 14명의 새 이사를 선임시키고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내년 1월 표 대결을 벌여야 할 수 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