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고령자 고용정책 관련 기업인식 조사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년이 연장되면 월급을 근속 연수에 따라 올려주는 연공급 체계 때문에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자 121명을 대상으로 한 고령자 고용정책 관련 기업 인식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응답한 기업 중 67.8%가 정년 연장이 부담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연공급 인건비 증가(26.0%), 조직 내 인사 적체(23.2%), 청년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 생산성 저하(16.6%) 등을 꼽았다.
기업의 60.3%는 연공급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한경협은 "정년을 추가로 연장할 경우 인건비가 많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2013년에 60세 정년을 도입할 당시 기업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제시됐지만 올해 기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00인 이상 기업은 절반(48.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와 노사 대표들이 모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고령자 고용을 위한 방안으로 '계속고용제도'를 검토 중이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이 지나도 근로자가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경사노위는 내년 1분기까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조사 결과 기업의 71.9%는 퇴직 후 다시 고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 정년 자체를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은 24.8%, 정년을 아예 없애는 방식은 3.3%에 그쳤다. 기업들은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로 고용 유연성 확보(35.2%), 전문성이나 희망자만 재고용 가능(25.8%), 임금 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점(24.5%) 등을 꼽았다.
실제로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60.4%였으며, 이들은 숙련된 인력의 전문성을 활용(44.1%)하기 위해 재고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력 부족 직군에 투입하는 경우(26.6%)와 신규 채용이 어려운 경우(12.8%)에도 재고용을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한경협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고령 근로자 생산성에 맞게 근로시간과 임금을 조정할 수 있어 인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대한 어려움으로 건강 문제와 산재 리스크(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지적하며 여러 우려를 나타냈다.
고령자 고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먼저 해야 할 과제로는 인건비 지원 확대(28.1%), 세제 혜택 제공(24.0%), 임금체계 개편 절차 개선(22.3%), 파견 및 기간제 규제 완화(21.5%) 등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한경협 본부장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생산성을 반영하지 않는 임금 체계가 기업이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데 큰 부담을 준다"며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고령자 고용 혜택을 확대하고 직무 가치나 생산성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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