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부서에서 인기부서로
성범죄 사회적 인식 엄격해져
2차 피해 방지 수사역량 필요
“성폭력 수사는 이제 스페셜(special)한 영역이에요.”
최근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가 검사들 사이 인기 부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기피부서로 여겨졌던 여조부가 이제는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특수부만큼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검사들의 여조부 선호도가 높아진 데에는 성폭력 수사의 전문성 강화가 꼽힌다. 과거 성폭력 사건은 일반적인 형사 사건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수사 경험이 없으면 처리가 어려운 전문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엄격해지면서, 법령 개정으로 형량과 부가처분 등이 강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성폭력 사건은 형사처벌에 더해 신상정보 공개, 취업 제한, 보호관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부가처분이 내려지기도 한다. 검사가 부가처분을 내리면서 ‘조건부 기소유예’ 결정을 하는 때도 있어, 구형 기준과 처리 방향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신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세심한 수사 역량도 필요하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예전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검사라면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부가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면 사건 처리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 ‘딥페이크’ ‘성 착취물 유포’ 등 사이버 공간에서 성범죄가 증가한 점도 여조부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사건 수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 영역도 넓어졌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증거 수집과 복잡한 법적 해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검찰의 인지 수사 영역 축소도 여조부 인기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검사로서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여조부로 지원이 몰리는 것이다.
워라밸(일과 개인 삶의 균형)과 전문성을 모두 잡기 위해 여조부행을 택하는 검사들도 있다. 성폭력 사건은 일정한 형량을 예상할 수 있고, 범죄 사실이 비교적 단순해 경험이 쌓일수록 사건 처리가 수월해진다. 횡령, 배임 사건과 같이 방대한 기록과 복잡한 범죄 구조를 다뤄야 하는 형사 부서와는 다르다는 것. 밤을 새우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끌어야 하는 특수수사의 업무 환경과도 거리가 멀다. 사건당 수임료가 높은 편이어서 변호사 개업을 고려하는 검사들에게 여조부 근무 경험은 유리한 경력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여조부에선 그나마 워라밸을 지키면서도 검사로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며 “요즘에는 공정거래조사부나 조세범죄부만큼이나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도 신종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적 차원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지난달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법원 판결문과 양형 기준을 분석해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선 검찰청에서 ‘딥페이크’와 같은 신종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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