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규모 후폭풍 우려
제련수수료 인상에 아연가격↑
아연 제련 세계 6위 규모의 영풍그룹 석포제련소가 2개월의 조업 정지 처분이 확정되면서 세계 아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당장 제련수수료가 올라 아연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아연 현물가격이 3개월 선물가격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은 1일 대법원에서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확정돼 석포제련소 조업을 '1개월+30일' 정지한다. 앞서 2019년 경상북도는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수 유출 사건에 대해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조업 중단 이후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정상화를 통해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021년 영풍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10일을 처분받아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조업정지 기간 외에 가동 중지 준비기간과 재가동을 위한 기간까지 4개월 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아연 시장 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석포제련소는 세계 아연생산량 중 연간 약 32만5000t(약 2.4%)을 생산 중이다. 현재 아연은 t당 3000~32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LME(런던금속거래소) 재고량은 25만t 내외다.
작년 말부터 중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로 아연 수요가 감소해 높은 수준의 재고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광산기업들이 정광 공급을 줄여 제련소들은 원료 확보가 쉽지 않고, 아연 제련 수수료가 크게 하락해 주요 제련소들은 감산의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로 제련수수료가 올라, 아연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련수수료는 정광을 공급하는 광산기업이 제련기업에 정광을 맡길 때 제공하는 제련 마진이다. 석포제련소 가동이 중단될 경우 광산기업의 입장에서 정광을 판매할 수 있는 제련소 하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아연 제련 세계 1위인 고려아연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석포제련소가 생산을 멈추면 국내 아연 공급이 부족해지는 만큼 아연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어, 고려아연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생산 안정성이 우려되고 있다. 영풍·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고려아연 기술진의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으며 노동조합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연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외장재와 건설용 철판재에 쓰이는 철강재의 부식 방지용 도금원료로 쓰여, 철강과 자동차, 전기, 건설업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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