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품도 이력 모두 남겨
내연기관 생산 공장 전기차로 전환
기존 인력 300여명 재교육해 수용
"작은 부품 하나도 모두 기록을 남기고 30년까지 보관해 끝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의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 공장에 방문한 한국 취재진에게 프랭크 프록쉬 팀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모든 작업은 고숙련 노동자들과 기술이 조화된 형태로 이뤄졌다. 벤츠가 자랑하는 스마트공장 '팩토리56'처럼 무인운반로봇(AGV)이 쉬지 않고 부품을 실어 날랐고, 각종 센서와 로봇팔이 분주히 작업했다. 직원들은 각 단계에서 기계들의 작업을 꼼꼼히 되살폈다.
부지 규모 1만6500㎡인 이 공장은 벤츠의 전기차 EQS와 EQE의 10개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베터리셀과 셀을 여러 겹 쌓아 만든 '배터리 모듈' 등을 배터리 전문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차량에 장착되는 완제품인 배터리팩을 만드는 식이다.
초기 조립 단계에서부터 로봇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우선 전압과 분리과정, 온도 등을 측정하고, 셀블록의 높이를 판단한다. 열을 분산하기 위해 두 대의 로봇이 방열페이스트를 바르고 이물질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다. 이후 카메라로 배터리 시스템 바닥이 제대로 덮였는지 확인한다.
이후 12개 셀 모듈과 전력 전자 장치를 통합하는 EE컴파트먼트에서는 카메라 수십대가 작업 단계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특히 모든 공정은 기록을 남겨 30년간 보관된다. 프록쉬 팀장은 "부품별로 식별번호가 있고 작업도 카메라가 촬영을 해서 기록을 남긴다"라며 "150개 나사를 조이는 각도와 토크 모두 기록에 남길 정도로 언제 누가 어떤 부품을 어떻게 작업했는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인천 청라 인근 아파트에서 화재로 문제가 됐던 벤츠 모델에 대한 정보도 모두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 프록쉬 팀장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해당 모델의 부품 정보도 모두 조사를 위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테스트는 8곳의 테스트벤치에서 끊임없이 진행된다. 헬륨을 배터리에 채워서 누출이 일어나는지 350개 지점을 검사하는 식이다. 프록쉬 팀장은 "타사는 보통 압축공기로 하는데 우리는 더 민감한 헬륨을 사용해 확인한다"라며 "누출이 있는지 검사하고 나면 작은 나사와 씰링 하나도 제대로 됐는지 기계가 배터리 외관을 12~15분 만에 3000가지 이상을 검사한다"라고 소개했다.
원래는 변속기와 엔진, 액슬 등 파워트레인 계통을 만들던 전통적인 공장이었다. 변속기 생산 라인과 배터리 생산을 각종 최신장비로 유연하게 통합해 새로운 생산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프록쉬 팀장은 "내연기관 공장 당시 근무하던 사람들 300명 이상이 재교육을 받고 전환돼 근무하고 있다"라며 "2021년 개소 이후 상해사고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안전 기준과 숙련도를 갖춘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헤델핑겐(독일)=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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