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속 리튬·니켈 96% 회수
습식야급 방식·자동화 적용 효율↑
벤츠 '순환경제' 가동…지속가능 재활용
"폐배터리를 재활용 공정에 넣으면 배터리 생산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순도 99.9%의 희소금속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록사나 마리아 트루타 배터리 재활용 공정 개발 매니저는 최근 준공한 배터리 재활용 공장 내부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 중심부에서 약 두 시간가량 떨어진 남서부 쿠펜하임. 인구 1만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에 유럽 최초로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재활용 공장이 들어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아파트 화재로 벤츠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자 21일(현지시간) 국내 취재진을 초청해 배터리 공급망 전반을 살피는 기회를 갖게 됐다.
모두 자동화…습식 사용에 탄소 배출↓·에너지 효율↑
폐배터리 모듈이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지자 이를 기계적으로 파쇄하고 마찰세척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구리, 알루미늄을 걸러낸다. 또 전자기적 분리 과정으로 철도 분리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검은 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인 ‘블랙매스’를 뽑아낼 수 있다.
블랙매스에 물과 황산, 암모니아, 과산화수소를 첨가하면서 코발트, 망간, 니켈, 리튬 등 배터리를 처음 만들 때 사용한 희소금속을 추출하게 된다. 이중 니켈과 코발트는 결정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록사나 매니저는 "공정 시작 이후 나흘가량 지나면 폐배터리 모듈은 원자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서 "지속가능하고 순환하는 원자재 활용 과정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800㎡ 규모의 이 공장은 벤츠가 베를린공대 등 독일 내 대학 3곳과 함께 추진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벤츠는 이 공장을 짓는 데 수천만 유로를 투자했다. 여기에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의 후원도 더해졌다. 독일 정부와 민간, 학계가 손을 잡고 전기차 시대 지속가능성을 고심한 결과물이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마련한 것은 벤츠가 세계 최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회장)는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원자재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 내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처음 입고된 폐배터리를 확인하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알아서 공정이 진행된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50여명. 3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의 업무는 대부분 모든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관리 감독하는 일이다.
원자재 낭비 줄이는 새로운 이정표
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정이 건식 대신 습식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록사나 매니저는 "폐배터리를 용융할 고로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탄소 배출량도 적고 공정 온도도 최대 80도로 낮다"며 "에너지 소모량은 물론, 낭비되는 원재료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이 연간 처리할 수 있는 폐배터리는 2500t 정도다. 새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모듈로는 5만여개가 될 것으로 회사는 추산했다. 회수율은 96% 이상으로 설계됐다. 폐배터리 모듈 1만개를 재활용 공장에 투입하면 배터리 모듈 960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니켈·코발트 회수율은 95% 이상, 리튬 회수율은 80~85% 이상이 돼야 재활용 시설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누엘 미헬 벤츠 배터리 재활용 총괄은 "폐배터리를 수리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거나 아니면 폐배터리로 걸러낸 희소금속으로 새 배터리를 만들어 공급하는 등 재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이 공장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이 향후 벤츠의 배터리 순환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자동차 미래인 전동화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또한 중요하다"며 "이번 투자로 선견지명과 결단력을 보여준 메르세데스 벤츠에 축하를 건넨다"고 말했다.
쿠펜하임(독일)=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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