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차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자사주 공개매수 그대로 진행
양측 모두 과반확보 못한 상황에서 주총 '표대결'로 분쟁 장기화
MBK측 빠른 주총 소집 예상, 고려아연측 '시간끌기'로 대응 전망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고려아연이 예정대로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각자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어느 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주주총회 표대결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결권 확보 및 위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한 후 영풍·MBK 측은 즉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BK 측 "임시 주주총회 준비 본격화‥'표 대결' 해볼 만하다"
22일 MBK 관계자는 "임시 주주총회 준비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상대측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표 대결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MBK 측이 해볼 만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만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베인캐피털이 목표 수량인 지분 20%를 다 채운다면, 영풍·MBK의 의결권 지분율과 고려아연 측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48.03%, 45.6%가 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MBK 측은 임시 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측 12명, 영풍 측 1명인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 측 이사를 대거 진입시킨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거부하면 법원에 소집 허가를 받아야 해 주총 시기는 내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 MBK 측은 주주총회 표 대결과 더불어 법정에서의 싸움도 계속할 예정이다. MBK는 이날 가처분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본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 부문에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이에 따라 남은 주주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가처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 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이사회 '시간 끌기' 작전 펼 것으로 예상‥지분 끌어모으기 총력
고려아연 측은 우선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후에는 영풍·MBK 측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에 시간을 끌면서 의결권 지분을 0.1%라도 더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종래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4% 중 일부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자사주 지분은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한 자사주 신탁계약으로 묶여 있어 내년 2월께나 처분이 가능한 상태다. 가장 최근 체결일을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나야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으로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몇 가지 예외 사항을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공개매수가 끝난 후 시중에 남은 물량을 확보해 한 주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지분 확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호 지분 중에서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현대자동차, LG화학 등을 접촉해 의결권 위임을 설득하는 등 '집토끼' 지키기에도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영풍·MBK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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