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성공 시
영풍·MBK 42.74%, 최 회장 40.27%
MBK측 과반 확보 위해 장내 매수 나설 듯
고려아연, 우군 활용 추가 지분 확보 총력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공개매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촉발된 지분 싸움이 일단락되면서, 이제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 이 제기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사주 공개매수 끝까지 간다…양측 지분은
고려아연은 법원의 판단을 바탕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오는 23일 완료할 예정이다. 최대 20%의 지분을 베인캐피탈과 함께 매입할 계획인데, 이 중 자사주로는 17.5%를 매입한 후 전량 소각할 방침이라 향후 주주총회 표 싸움에서는 영향이 없다.
베인캐피탈이 최대 2.5%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6.49%까지 커진다.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추가 확보한 영풍·MBK 연합은 현재 38.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23일까지 유통 물량 10%를 매입해 소각하면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 지분은 각각 40.27%, 42.74%로 높아진다.
MBK는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 위한 시도에 나설 예정으로, 양측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총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의 열쇠는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게 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의 두차례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줘, 국민연금이 명분 측면에서 고려아연에 우호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92.5%에 찬성해 현 경영진의 판단을 신뢰해왔다. 또, 2022년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전례도 있다.
영풍·MBK, 장내 매수할까…고려아연 청약 물량 관건
영풍·MBK 측은 주총 전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장내 매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올랐고, 시세조종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매수 시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나는 24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몰리는지, 그 이후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영풍·MBK가 공개매수로 흡수한 물량을 제외하면 유통 중인 고려아연 주식은 전체의 15% 정도로 알려졌다. 만약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유통 물량 대부분이 몰리면 MBK측이 장내 매수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89만원 수준에서 계속 맴돌 경우, 세금 부담으로 인해 장내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물량이 예상보다 적어질 수 있다. MBK측이 의결권 절반 이상 확보하면 국민연금이라는 변수를 지울 수 있다.
고려아연도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기존 자사주(2.4%)를 우호 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다음 달 방한해 최 회장과 회동할 예정인 트라피구라 회장이 고려아연에 어떻게 협력할지도 관심사다.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 회사인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우군으로, 지난해 매출액 규모가 약 33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회사다. 시장에서는 트라피구라가 지분 매수에 나서는 등 직접적으로 최 회장을 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화 되는 경영권 분쟁
MBK 측이 조만간 임시 주총을 소집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고려아연 측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거치게 되면, 주총 시점은 더 지연될 전망이다. 올해 초 영풍이 서린상사 주총 개최를 거부하자 고려아연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던 것이 그 사례로, 당시 주총이 개최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