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 조달액 2년 새 1,805억 급감
농민 공급량 감소 불구 수의계약 집중
계열사 구내식당은 ‘대기업’ 위탁
국방부 군급식 농축산물 조달물량과 조달액이 크게 감소하고 있지만, 군납사업을 책임지는 농협의 늑장 대응과 무대책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이 국방부와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의 군급식 시장개방 이후 농협의 군납사업 실적은 2021년 5,945억원에서 2023년 4,140억원으로 2년 새 1,80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급식 시장은 1970년 1월 체결된 국방부와 농협의 ‘군 급식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농축협이 군급식 조달물량의 100%를 수의계약으로 납품해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군 부실 급식과 위생 불량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2026년까지 군급식 민간위탁과 군납 경쟁 조달을 도입하는 내용의 ‘군급식 민간위탁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이 따라 계약업체가 조리·배식과 식자재 조달을 모두 담당하게 되면서 국방부는 매년 농협의 조달계약 비율을 20~30% 감축하며 수의계약 폐지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농협 및 농민의 반발과 피해 우려로 2022년 수의계약 비율 70%를 2025년까지 임시 유지하기로 했다.
군급식 시범사업은 현재 삼성웰스토리, 한화푸디스트, 풀무원, 아워홈 등 대기업이 참여해 육해공군 26개 부대,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연 2조원 규모인 군급식 시장개방에 신세계, CJ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농협은 계열사 농협유통을 통해 외식사업과 단체급식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사업성 검토를 이유로 국방부의 군급식 민간위탁 참여 요청을 거절하고, 수의계약 유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역농협, 농민의 대기업 군급식 입찰 반발이 무색하게 정작 농협 계열사 구내식당은 삼성 웰스토리, 아워홈 등 대기업 급식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이 군급식 시장개방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수의계약 유지에만 집중하면서 농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1년 원물식품 55%, 가공식품 45%였던 군납 조달 비율은 가공식품 납품이 늘면서 2023년엔 원물식품 29%, 가공식품 71%로 뒤바뀌었다. 농축산물 공급물량도 2021년 6만2,266톤에서 2023년 3만7,841톤으로 무려 2만5,000여톤 줄어드는 등 농민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서 의원은 “농협은 지역농협과 농민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도 납품 경쟁력 확보나 수익성 향상을 위한 노력 없이 오직 수의계약 유지만 읍소하고 있다”며 “농협의 무능이 지역농협과 농민에게 피눈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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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농협의 가공식품 개발 활성화와 공급개선으로 군납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산·지역산 식재료 의무화, 농협 민간위탁 법인 설립 등 농민의 군납판로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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