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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에 죽음이 의무가 될 것"…英 성직자, 조력사 논란에 가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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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성직자들 이례적으로 목소리 내
"조력 사망 허가하면 '의무'가 될 것"
스위스선 '안락사 캡슐' 사용 중단돼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약물 등을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조력 사망'. 최근 영국 의회에선 엄격한 조건 하에 조력 사망을 승인하는 법안 투표를 앞둔 가운데, 사회 각계각층의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다. 정치적 사안에는 보통 중립으로 일관하는 성공회 주교들이 적극적으로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

'조력 사망' 법안에 찬반 격화…이번엔 성직자들도 목소리 냈다

"취약계층에 죽음이 의무가 될 것"…英 성직자, 조력사 논란에 가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그는 공영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조력 자살'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미지출처=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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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최고위 성직자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는 1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력 사망'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날 "(조력 사망 법안이 통과하면) 많은 사람은 죽음을 좀 더 '편안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에 앞서 캔터베리 대주교가 발표한 성명에선 조력 사망의 위험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웰비 대주교는 "이 법안은 수백만명의 취약 계층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일단 조력 사망을 허가하면,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조력 사망을)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허가는 의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즉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죽음의 유혹을 느낄 우려가 커진다는 뜻이다.


최근 영국 의회에선 조력 사망의 승인 조건을 마련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특정 조건 하에 조력 사망을 승인하고 있는데, 영국은 불법이다. 조력 사망 법안(Assisted dying bill)은 치료 가능성이 거의 없고 끔찍한 고통을 앓는 이들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론 조사 등에선 응답자 중 60~75%가 찬성하는 등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계는 물론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선 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조력 사망의 허가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데다 해당 법안의 도입이 불러올 사회적 여파와 부작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의학 기준 마련할 것"…스위스선 '안락사 캡슐' 사용 중단돼

"취약계층에 죽음이 의무가 될 것"…英 성직자, 조력사 논란에 가세 조력 사망 캡슐인 사르코(Sarco) 캡슐을 만든 의사 필립 니츄케(Philip Nitschke)가 지난 7월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직접 사르코 캡슐에 들어가 누워보고 있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웰비 대주교를 포함한 25명의 성공회 대주교는 영국 의회의 상원 개념인 귀족원에 25석의 의석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의 통과 과정에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 노동당 의원은 대주교의 비판에 반발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리드비터 의원은 "(법안은) 불치병 환자만을 위한 것이며, 장애나 정신 건강이 있는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접근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의학적, 사법적 보호 조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조력 자살이 가능한 국가인 스위스에선 일명 '안락사 캡슐'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다. 네덜란드의 한 시민 단체에서 개발된 조력 사망 캡슐을 60대 미국인 여성이 처음으로 이용했는데, 해당 캡슐이 불법적으로 사용됐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다. 결국 이 캡슐의 사용은 현재 중단된 상태이며, 킵슐을 운영한 업체 측 관계자 여러 명이 구금됐다.



그러나 안락사 캡슐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달 만에 스위스에서 이 캡슐을 신청한 사람은 371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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