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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된 '햇볕정책'…북한에 '배상 요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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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동해선 폭파로 남북 육로 모두 단절
차관 1800억 넘게 투입…남측 자산은 아냐
'미완공' 최종 금액 미확정…배상 청구 난망

'두 국가론'을 내세우던 북한이 끝내 남북 간 육로를 단절했다.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면서 공동경비구역(JSA) 외엔 사실상 모든 통로가 끊겼다. '햇볕정책'으로 세금 1800억원이 투입된 인프라를 흙먼지로 만들었지만, 북한에 배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정오께 경의선·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지난해부터 도로 인근에 지뢰를 살포해온 북한은 올해 들어 레일 등 시설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상의 무인기에 평양 방공망이 뚫리자 연일 말폭탄을 쏟아내더니,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보란 듯이 폭약을 터뜨려 단절을 선언했다.


흙먼지 된 '햇볕정책'…북한에 '배상 요구' 쉽지 않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도로 폭파 장면.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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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남북의 서쪽과 동쪽을 연결한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양측이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도로 복구에 합의했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 정부가 제공한 자재·장비 등 현물 차관이 투입됐다. 규모는 1억3290만달러로, 현재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809억원에 달한다. 통일부는 북한의 도로 폭파 이후 낸 입장문에서 이 문제를 짚으면서 "해당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이 2020년 6월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피해액을 합친 447억원을 배상하란 취지다. 이번에도 정부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 폭파된 연락사무소 등은 '남측 자산'이었지만, 전날 북한이 폭파한 도로 등 시설은 우리 자산이 아닌 '돈을 빌려준' 개념이라는 차이가 있다.


흙먼지 된 '햇볕정책'…북한에 '배상 요구' 쉽지 않다

상환을 따지기 위해서는 차관의 발생 시점과 최종 금액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동해선 철도의 경우 북측 구간이 연결되지 않은 '미완공'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착공식을 열긴 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지만,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차관 금액 등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빌려 간 차관을 갚지 않는 것을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역시 차관의 발생 시점과 액수 등이 확정돼야 상환 통지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9월 체결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공사 자재ㆍ장비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차관의 상환 기간은 차관 제공 후 거치기간 10년을 포함해 30년으로 명시돼 있다. 이자율은 연 1.0%다.



향후 법리 검토를 마치고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거듭 소송을 제기해도, 정상적인 재판 진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피고인이 공석인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탓에 정부가 승소해도 금전적인 배상을 받아낼 집행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우리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에 분명히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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