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바닥나고 있어요." 2022년 말 중국이 갑작스럽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한 후부터 중국인들에게서 계속 들어온 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적으로 100만개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인 여파로, 지난해 연간 폐업 규모에 근접한다. 여름철 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하는 데 그쳐, 직전 달인 7월 증가폭(2.7%)에 못 미친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비관론이 팽배하다. 8월 산업생산은 4.5% 늘어나 직전 달(5.1%)보다 둔화했고, 산업이익은 무려 17.8% 줄어들어 올 들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수입원이었던 토지 매각이 줄어든 지방정부들은 이제 기업을 상대로 임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전국의 비과세 수입은 12% 급증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얼핏 보기에도 우울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이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예금은 사상 최대인 146조3000억위안(약 2경7935조98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 본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약 73조위안), 중국 국내총생산(GDP·약 126조위안)을 웃도는 규모다.
진짜 문제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돈을 쓰겠다는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2022년 말부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본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지도자들이 대담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중국 지도자들은 (대규모 부양책인) ‘빅 바주카’를 발사했다.
그러나 현 지도부는 침체 조짐이 분명함에도 경기부양책에 대한 요구를 거부해왔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이 갑자기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단행하고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담한 조치들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말이다. 최근 공개된 경기부양책의 규모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증시, 미국 뉴욕증시 내 중국 관련 주식의 랠리를 촉발시켰다.
갑작스럽게 생각을 바꾼 이유와 그 여파를 이해하기 전, 중국 지도부가 이번 부양책 공개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중앙정부가 4조위안(약 763조8000억원)을 투입한 2008년 부양책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까지 포함하면 경기부양책 규모는 최소 30조위안(약 572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자금은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켰지만 동시에 막대한 산업생산 과잉, 낭비성 프로젝트, 에너지 집약적인 오염 유발 산업 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년간 절대 권력을 공고히 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지역경제 및 투자 우선순위에서는 지방 당 서기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8년과 비슷한 규모의 통화 및 재정정책 완화는 또다시 저품질의 중복 개발을 촉발할 것이다. 지방의 모든 성, 시에서는 자신들만의 전기차 조립공장이나 반도체 공장을 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자극하고자 했다. 지난 6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 경제를 오랜 병에서 회복 중인 환자에 비유했다. 이는 아마도 3년간에 걸친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타격을 입은 경제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리 총리는 전통적 중국 의학 이론을 인용하면서 ‘강력한 약(아마도 과감한 부양책을 의미한다)’이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고, 대신 천천히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크게 실패했다.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중국 지도부의 의도는 경제 전반에 퍼진 단기적 신뢰 위기에 압도당했다. 8월의 암울한 경제지표는 결국 중국 당국이 ‘바주카’를 쏘도록 만들었다. 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증시 투자자들은 2015년의 버블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광란을 일으켰다. 또한 중국 당국이 더 과감한 부양책을 더 일찍 시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문제점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올해 경기 부양책 규모가 2008년과 비교해 다소 온건해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화려한 증시 랠리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반등할 것인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민간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80% 이상, 중국 GDP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 부문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광범위한 단속, 규제, 정치적 제약으로 인해 민간 부문의 신뢰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중국 관료들은 기업가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민간에 구애 노력을 펼쳐왔다. 물론 기업가들이 구금,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 만큼 이는 실질적 조치보다는 ‘수사적 면’이 더 강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증시에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하기 위한 부양 조치는 꼭 필요한 지원이지만, 단기적 방책일 뿐이다. 중국은 민간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정치적 제약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 혜택을 강화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가들이 다시 돈을 쓰고 투자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
왕샹웨이
SCMP 칼럼니스트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hina’s stimulus will fall short without private-sector confidenc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