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ICT센터 주최 '유통규제 개선 포럼'
"현행 산정 방식 입법 취지에 맞는지 의문"
유통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유통업법과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3법' 과징금 산정 방식에 대한 손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왔다. 과징금 제도는 법적으로 부당이득 환수와 함께 금전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현행 매출액 등 각기 다른 기준으로 산정하면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는 21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세미나실에서 '유통규제 개선 포럼'을 개최했다. '유통3법 과징금 제도의 비판적 검토'란 주제로 발제자로 나선 박준영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과징금 산정 기초변수는 납품대금, 관련 매출액, 법위반금액으로 각각 다르게 설정돼 있다"며 "유통3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설정돼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유통3법은 모두 공정거래법과는 별도로 과징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제35조를 통해 과징금 산정을 관련 납품대금, 관련 임대료, 위반금액의 비율로 계산한다. 가맹사업법 역시 제35조에서 관련 매출액을 산정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리점법은 제25조를 통해 법위법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과징금 산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각 법률의 입법취지와 어울리는 과징금인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유통3법의 입법 목적은 공통적으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각 법률 제1조를 통해 명시하고 있다. 또 과징금은 입법 취지에 따라 법적으로 부당이득 환수와 금전적 제재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대법원 역시 2000년 판례를 통해 과징금 부과는 비록 제재적 성격을 가진 것이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해 부과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제재적 성격을, 위반금액을 기준으로 할 땐 부당이익 환수 성격이 짙은 것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서 "현행 유통3법의 과징금 제도의 산정 방식은 두 기능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는 기본 산정기준의 규모가 크게 산정돼 실제 과징금 부과액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현행 유통3법의 과징금 제도에 모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사실 제조사가 공급을 받아서 유통하는 구조로 마진이 상당히 낮은 업"이라며 "과연 상품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유통3법 과징금 제도의 통일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징금액의 비례성, 과잉금지 원칙을 고려하면 법위반금액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 산정기준과 부과기준율 등도 통일적으로 규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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