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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엔-캐리 트레이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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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빌려 주식에 투자한 대규모 유동성 확인
미청산 자금 출회시 충격파 다시 올 수도
'빚투' 자제‥ 포트폴리오 넓히고 대응력 높여야

[초동시각]‘엔-캐리 트레이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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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제로(0)’ 금리를 향하면서 트레이더들의 주요 투자 전략으로 부상했다. 당시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5%대를 장기간 유지한 때다. 일본에서 돈을 빌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국채에 투자하면 상당한 금리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캐리 트레이드는 주식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투자 전략이 아니다. 글로벌 대형 투자기관들이 금리 차익을 얻으려고 채권 및 외환 시장을 통해 많이 활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막대한 돈을 풀던 양적 완화(QE) 시기에는 유효하지 않은 전략이 됐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코로나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최근 수년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엔 캐리 자금이 다시 급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은 최근까지도 제로 금리를 유지했고 미국이 최근 2~3년간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다시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차익거래 전략이 유효해졌다는 설명이다.


엔 캐리 청산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겪으면서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들이 있다. 첫째는 주식시장의 폭락이다. 전통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금리 차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보면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채권 가격 하락을 불러와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산 과정에서는 채권은 되레 강세를 보이고 주식시장이 폭탄을 맞았다. 엔 캐리 투자금이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으로도 많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둘째는 확 커진 시장 변동성이다. 캐리 청산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하락 폭이 금융위기를 방불케 했다. 특히 엔 캐리의 진원지인 일본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하락 폭이 유달리 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통화정책 ‘피벗(pivot·정책 전환)’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만에 13%, 15% 빠지는 경험을 했다. 엔 캐리 청산이 국내 주식 시장에 얼마나 충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일종의 경고다.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캐리 청산의 파급력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엔 캐리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 주식시장이나 채권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남은 예비 청산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 모두 불확실한 상태다. 경제학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이 규모를 예측해 보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알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프린스턴대 교수)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부상 외화표시 엔화 신용공여액이 지난 3월 말 기준 40조엔(약 370조원) 정도로 알려진 것에 비해 많지 않지만, 외화 스와프 등을 활용한 대출을 포함하면 엔 캐리 자금이 1조달러(약 1360조원)를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수천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단행하면 미국·일본 간 금리차 축소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엔화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캐리 투자자들의 청산이 다시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주식에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를 채권 등으로 다양화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주가 폭락에 ‘빚투’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효과가 있을지언정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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