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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소비자가 없다면 중국의 빅테크도 생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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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소비자가 없다면 중국의 빅테크도 생존할 수 없다 캐서린 소르베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사진출처=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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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실적은 중국 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분기 열린 ‘618 쇼핑 축제’를 떠올려보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리는 이 축제에서 알리바바그룹과 징둥닷컴은 고객 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평범한 일상복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큰 할인을 제공했고, 리한나와 같은 유명 연예인을 영입해 제품을 홍보했으며 회사 창립자의 디지털 아바타를 내세운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핵심 전자상거래 플랫폼 부문 매출은 1.4% 감소했고, 가장 파격적 할인을 제공한 징둥닷컴의 소매 매출은 1.5% 증가에 그쳤다. 그토록 가격을 깎고 공격적인 캠페인을 도입했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중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물론 텐센트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수익 성장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지난 5월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히트작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의 덕이 크다.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 기업의 매출이 게임 부문에 의해 견인됐다는 사실은 경제 전반에 대한 또 다른 위험 신호다. 특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지출은 역사적으로 경기 순환에 역행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다른 부문의 지출을 삭감해서라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관련 지출은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또 실직자들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텐센트가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의 일회성 출시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금처럼 전자상거래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거시 경제의 역풍이 거세지는 시기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인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빅테크 기업들은 혁신과 수익 창출을 위한 대안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인공지능(AI)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AI에 상당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물론 아직 뚜렷한 성과는 못 내고 있지만 말이다.


텐센트 경영진의 경우 회사의 AI 관련 비전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지만 "가시적인 상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AI는 ‘콘텐츠 추천’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텐센트의 비디오 및 소셜 플랫폼에서 헤어나올 수 없도록 하는 데 상당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텐센트는 또 타깃 광고를 개선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텐센트가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며 이처럼 AI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알리바바의 경우 AI 관련 제품 매출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약 6% 증가했다. 하지만 올림픽 후광 효과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클라우드 및 AI 시장의 불확실성과 가격 경쟁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매출 성장세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알리바바 경영진은 콘퍼런스 콜에서 거시 경제 상황으로 인해 기업 고객들의 AI 제품 수요가 꺾일 것 같진 않다며 디지털에 의존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AI에 투자해야 함을 역설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칩과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AI 분야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또 전 세계 투자자들은 AI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장은 AI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국의 테크 기업들에 생명줄이 돼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향 자체는 옳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기업들은 단순히 개별 소비자들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고객들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고려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옵션은 해외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라이벌이자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홀딩스(PDD)도 이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핀둬둬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은 회사의 창업자인 황정을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앉히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 분야의 공룡 아마존마저 중국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할인 웹 스토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파격적인 할인 공세도 한계가 있다. 이미 몸집이 커질 대로 커진 공룡 기업들의 경우 탄탄한 내수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추가적인 성장이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술 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큰 진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중국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는 자국 기업들의 진정한 부활과 경제 회복을 바란다면 내수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캐서린 소르베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Can China’s Tech Giants Do Without Consumer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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