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64주 연속 오르는 중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과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은 아파트 쏠림 현상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를 알아볼 사람들이 전세사기 걱정에 아파트 전세를 찾게 되면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주 나온 ‘8·8 부동산 공급 대책’에는 이런 수요에 대한 대응책이 담겼다. 국토부는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 매입임대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기간과 물량 제한 없이 매입임대를 제공한다고 했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빌라 등 비아파트를 사들여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 주택의 집주인은 LH라 세입자는 전세사기를 당할 일이 없다. 비아파트에 살려고 했던 사람들이 아파트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분석이 정확하다면, 국토부의 대책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하지만 전세가 상승의 또다른 ‘복병’이 있다. 아파트 쏠림 현상 외에도 아파트를 사려던 이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에 집을 사려던 이들도 전세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아파트값이 과거 최고가의 96% 수준으로 올라(부동산R114) 선뜻 집을 사기 어려워진 탓이다. 집을 사려던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거나, 생각했던 곳보다 저렴한 곳의 아파트를 사거나, 전세살이를 이어간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 중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거래량 비중은 지난 6월 9.6%에서 지난달 12.6%로 올랐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같은 기간 20.0%에서 13.6%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16.4%에서 11.1%로 내려갔다.
보다 저렴한 곳이라도 사들이려는 사람들과 달리, 강남 3구와 마용성에 거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단 전세를 얻을 수밖에 없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도 "가격이 충분히 올라 사람들이 무작정 집을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이 집값을 지켜보는 동안 매매보다 전세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에서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은 집을 사들이거나, 전세에 몰리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줄곧 아파트만 생각하는 이들이 빌라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이들에게는 아파트 전세냐 매매냐 하는 것이 고민이지, 매입임대는 관심 밖이다. 국토부는 매입임대로 일부 아파트도 사들여 거주 6년 후 이를 분양 전환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들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매매 수요의 전세 전환은 전셋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이 여파에 집값은 더 뛸 수 있다. 정부가 아파트 쏠림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입임대를 늘린 것은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줄 것이다. 하지만 매입임대만 늘려서는 전세 시장에 몰려들 수 있는 기존 매매 수요자들을 막을 수 없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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