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병의 기전을 규명해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
간암은 전체 암의 3%대 발병률을 차지한다. 현재 여러 치료 약물을 통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면역관문억제제가 대표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저조한 반응률과 높은 이상 사례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 표적이 요구돼 왔다. 새로운 치료 표적의 제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 연구팀이 종양 관련 대식세포와 간 성상세포의 대사성 상호작용으로 세포독성 CD8+ T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간암 병인 기전으로 규명, 이를 새로운 간암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우선 연구팀은 대식세포 침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전달 분자(CX3CR1 케모카인)를 발현하는 특정 종양 관련 대식세포가 섬유화로 진행된 암 주변 조직 내로 이동하면서 활성화된 간 성상세포와 상호작용함을 확인했다.
이때 활성화된 간 성상세포에서 분비된 레티노익산이 종양 관련 대식세포의 아르기나아제 1(이하 Arg1) 발현을 유도해 아르기닌의 대사를 촉진함으로써 세포독성 CD8+ T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간암 발병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간암 환자의 간 조직을 이용한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에서 종양 미세환경 내 CX3CR1과 Arg1을 발현하는 특정 대식세포 군집을 발견하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대식세포가 활성화된 간 성상세포와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CX3CR1이 결손 된 쥐에 발암물질을 이용해 간암을 유발했을 때 암 주변 조직으로 이주한 종양 관련 대식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종양의 발생 또한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암 발병 시 종양 미세환경에서는 다양한 면역세포가 존재하고, 세포독성 CD8+ T세포는 항암 면역반응을 일으켜 종양 발생을 억제한다.
하지만 CD8+ T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아르기닌이 대식세포의 Arg1 때문에 고갈되면, CD8+ T세포 군집 감소와 이에 따른 항암 면역반응 감소로 종양 발생이 유도된다.
이러한 대식세포의 Arg1 발현은 근접해 있는 간 성상세포 유래 레티노익산으로 유도돼 쥐의 간 성상세포 내 레티놀 대사를 억제했을 때 간암이 호전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간암 종양 미세환경 내 면역세포와 비실질 세포인 간 성상세포의 상호작용 기전을 대사적 측면에서 최초로 밝히고, 이를 억제했을 때 간암이 호전되는 것을 근거로 간암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연구팀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세포 간 상호작용 기전을 밝힘으로써 간암의 진행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며 “연구팀이 제시한 치료 표적과 기존 치료제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사용하게 되면 간암 발생에 극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의과학대학원 정종민 박사와 최성은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간학(Hepatology)’ 7월19일자 온라인판에 출판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