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서 생산 시작"
美 제재에 공급망 자립화 구축 중
韓과 2~3년 격차로 좁힐 수도
중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단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구형 제품이지만 로드맵을 예상보다 1~2년 앞당겼다는 점에서 기술 추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중국 대표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세대 HBM인 HBM2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수율과 생산량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2026년보다는 2년가량 앞당겼다. CXMT는 또 허페이 지역에 위치한 HBM 팹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5만장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생산능력이 월 12만~13만장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능력은 월 2만장 수준이다.
현재까지 나온 중국의 로드맵을 보면 당장 국내 업체들처럼 최첨단 HBM 개발·양산에 나서기보다 구형 제품에서부터 성과를 내 자국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가속기의 HBM 수요에 맞추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에 의존하지 않고 공급망 자립화를 구축하는 것을 1순위로 둔 것이다.
중국이 HBM 양산을 서두른 건 미국의 제재로 해외 수급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고성능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5세대 등 최신 HBM보다 2세대 등 구형 수요가 더 많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HBM은 삼성전자 HBM2인데, 미국 견제로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수율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HBM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 다만 중국 메모리 기업이 HBM 생산에 착수한 만큼 시장에서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CXMT는 HBM3 기술 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HBM 제조 기술 확보를 국가 과제로 삼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도 막대하다. 지난 5월 중국 국무원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기 펀드’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펀드 규모는 3400억위안(약 6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이 기금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는 물론 HBM과 AI 반도체에도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HBM의 개발 능력과 생산능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율이나 시장성 부분은 아무래도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장비가 중국에 도입된다면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는 2~3년 수준으로 좁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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