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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녹지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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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녹지에는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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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우리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녹지 위에 집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위치와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도권 인근에서 2만가구 이상 추가 확보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6주 연속 오르는 소위 ‘패닉바잉(공황 구매)’ 우려가 나타나자 관계부처가 과열 진화를 위해 꺼내든 대책이다.


대책 발표 하루 전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한 또 다른 국가가 있다. 그린벨트의 원조 영국이다. 이유도 한국처럼 부동산 때문이다. 14년 만에 정권을 장악한 노동당은 만성적인 부동산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150만개 주택건설이 목표인데 땅이 없으니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게 노동당의 주장이다.


한국과 영국 모두 개발 논리가 환경 논리를 앞지른 것 같지만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영국은 그린벨트 안에서도 ‘그레이벨트(회색지대)’에 주택을 짓는다. 그레이벨트란 개발제한구역 중 자연보전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의미한다. 폐쇄된 주차장이나 버려진 황무지처럼 사실상 녹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땅들이 대표적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녹지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그레이벨트 해제 계획 발표는 1년이 넘는 숙의 과정이 있었다. 당시 영국을 이끌던 보수당이 반대 입장을 내비쳐서다. 지난해 5월부터 그린벨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노동당의 주장이 거셌지만 보수당은 녹지 보호에 강경했다. 당시 리시 수낵 전 총리도 “국가 주도의 주택목표 시스템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녹지 공간이 보호되도록 하고 싶고, 그게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정책에는 녹지에 대한 고심이 없다. 그린벨트는 환경 보존 가치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정부는 가치가 높아 개발이 원천 차단됐던 1·2등급 그린벨트 규제도 푼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21일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규제 완화안을 제시하고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존등급이 아무리 높더라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보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불합리한 그린벨트의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은 주택이 아니라 녹지 공급을 서둘러야 할 때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민들이 누리는 공원·녹지 면적이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고궁을 포함해 계산해도 8.5% 남짓이다. 그야말로 초록색을 찾기 어려운 ‘회색 도시’다. 반면 서울 도심보다 규모가 훨씬 큰 미국 뉴욕 맨해튼은 녹지 비율이 26.8%에 달한다. 녹지가 사라진다는 비판을 받는 영국의 센트럴 런던도 녹지 비율은 14.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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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에는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녹지에는 대안이 없다. 오로지 녹색 땅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굳이 대체재를 꼽자면 정신병원이다. 뉴욕 센트럴파크도 “녹지를 만들지 않으면 그만한 정신병원을 짓게 될 것”이라는 경고 속에 완성됐다. 손쉽게 찍어낸 그린벨트 완화 계획이 훗날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안길지 되돌아봐야 한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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