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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폭력과 미국정치, 민주주의 위기 다시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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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간과된 美정치의 폭력성
트럼프 지난 대선 결과 불복
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극대화
지지자들 바이든정부 불인정
정치적 폭력 정당화 주장도
최근 폭력 대상 정치인 넘어
투표관리원·판사 등 확대

[최준영의 월드+]폭력과 미국정치, 민주주의 위기 다시 오고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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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또는 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총기 암살 시도였다.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미국 정치에서 암살은 여러 차례 있었다.

링컨 대통령이 1865년 4월 암살되었고, 1881년에는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암살되었다. 20세기 들어와서는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되었고,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훨씬 많았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으며,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두 차례의 암살 시도에서 겨우 벗어났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1981년 3월 총격으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겨우 회복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으로 눈을 돌리면 암살과 관련된 사건은 훨씬 많아진다. 1968년의 경우 4월에는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되었고 6월에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되면서 미국인들에게 깊고 큰 상처를 남겼다.


종종 간과되지만 폭력은 미국 정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1960년대 민권법 투쟁 시절 미국 남부는 제도화된 폭력을 통해 흑인 미국인의 권리를 조직적으로 박탈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1965년 3월 7일 투표권 법안을 지지하며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하던 비폭력 운동가들을 경찰과 백인 폭도들이 잔혹하게 공격하는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명 ‘블러디 선데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오히려 폭력은 상시화되고 있다. 2011년 애리조나주 민주당 의원 가브리엘 기포즈가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지만 극적으로 생존했고, 2022년 10월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인 폴 펠로시가 집에서 곤봉으로 습격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미국 정치와 폭력의 관계는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습격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시 1400명 이상이 체포되었으며 현재까지 500명 이상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는 투옥된 사람들에 대해 ‘인질’이라고 규정했으며, 당선될 경우 이들 가운데 일부를 사면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최준영의 월드+]폭력과 미국정치, 민주주의 위기 다시 오고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한 뒤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정치를 둘러싼 폭력은 최근 다양한 형태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에서의 폭력 대상은 정치인을 넘어서 선출된 공무원, 판사, 투표 관리원 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투표 후 개표장에 총기를 들고 나타나는 경우도 발생했는데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개표를 둘러싼 폭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표하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무장한 민병대가 투표소 인근에 집결할 경우 사람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찰 및 군 병력을 동원하는 등의 선거 과정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수단들은 상대편에게 공격적 행위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결과를 탈취하기 위한 행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위협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핵심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거의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바이든 행정부의 모든 대응은 불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미국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다. 나의 의지와 뜻이 선거 과정에서 부당하게 도둑맞았다는 왜곡된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러한 결과에 간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이들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로이터와 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명 중 2명이 선거 이후 정치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근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거부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47%만 선거 결과의 정확성과 합법성을 확신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87%였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 선거는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로 치닫게 된다. 상대방의 승리는 나와 국가에 대해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디스토피아 SF의 주제였던 미국의 내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미국의 사법 제도가 미국 국민을 상대로 무기화된 상태로서 이에 따를 수 없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2023년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3%가 상황이 너무 잘못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애국자들은 국가를 구원하기 위해 폭력에 의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총기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더 강하다. 돌격소총 소유자의 42%는 정치적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고, 총기를 상시로 휴대하는 사람들의 경우 56%가 그렇다고 답을 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치적 양극화, 정치 공동체 소속 여부를 둘러싼 갈등, 높고 증가하는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과도한 행정 권력의 행사 등 4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상황은 이 모든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트럼프와 바이든 양측 모두 통합과 평온을 촉구하고 끔찍한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야 하지만 아직 그런 모습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단합과 통합으로 이끄는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1930년대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사이에서 위기에 직면했던 민주주의 정치에 다시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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