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 추진
전기차 폐차 때 '배터리 검사' 의무화
상등급 배터리는 재제조에 활용 가능
폐차 소유주도 배터리 제값 받기 유리
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를 바꾸려면 무조건 비싼 신형 배터리를 써야 했지만 앞으로는 저렴한 재제조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주가 폐차 시 받는 배터리 가격도 등급을 산출해 제값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공개한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방안에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탈거 전 성능평가’를 도입하는 계획이 담겼다. 차주나 보험업체, 차량 제작사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제거하기 전에 반드시 자동차검사소에서 성능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자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성능과 안전성, 각종 정비·검사·리콜 이력을 확인해 배터리의 등급을 매긴다.
가장 높은 ‘상등급’을 받은 배터리는 재제조에 쓸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부속품을 교체·수리해서 다시 전기차 배터리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재제조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은 약간의 문제만 생겨도 차량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신형 배터리를 사야 했다. 성능평가가 이뤄지면 비싼 신형 배터리와 저렴한 재제조 배터리 중 선택이 가능해진다.
전기차 폐차 시 배터리 '제값' 받기 유리
만약 ‘중등급’ 평가를 받으면 재사용 배터리로 분류된다. 상등급 배터리처럼 재조립이 가능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가 필요한 부문에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로의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하등급’을 받은 재활용 배터리는 폐기물로 여겨져 파·분쇄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한다.
폐차 소유주의 경우 적정 배터리 가격을 받는 데 유리해진다. 현재는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차주는 최소한의 금액만 보상받는다. 하지만 성능평가가 의무화되면 배터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정확한 폐차 비용과 보상비용을 따져볼 수 있다.
정부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재생원료 사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유럽연합(EU)의 배터리 법에 따라 2031년부터 반드시 재생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써야 해 하등급 배터리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후에도 해외에서 고가의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는 국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련 인증제도를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가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터리를 제거하면 무조건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는 폐배터리로 간주해 활용이 어려웠다”면서 “성능평가가 이뤄지면 일종의 새로운 부품으로 판단돼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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