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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부 최대 미술관서 전시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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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 '한국의 보물들'展
위작 논란에 韓 전문가 초청…작품감정·간담회
이중섭·박수근 출품작 4점, 고미술 등 '위작' 의견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라크마)에서 지난 30일까지 개최된 '한국의 보물' 전시에 출품된 이중섭·박수근의 위작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함께 전시된 조선시대 회화와 도자 등 다른 작품 또한 위작 의견이 제시됐다. 미술관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美 서부 최대 미술관서 전시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뮤지엄(라크마) 전시에서 박수근의 그림으로 소개되며 전시됐던 ‘와이키키 해변’. 한국 전문가들은 위작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제공 = 라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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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미술계에 따르면 라크마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열린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에 출품된 이중섭, 박수근 그림에 위작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6일 한국 전문가 4인을 초청해 특별 감정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태현선 삼성미술관 리움 큐레이터, 김선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참석해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감별했다. 미국 미술관이 한국 전문가를 초청해 작품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작품을 감정한 한국 전문가들은 이중섭과 박수근 작품으로 출품된 각 2점에 대해 위작 의견을 제시했다. 이중섭의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라고 표기된 타일 작품은 1950년대 이중섭의 세로로 된 원작 '장대놀이 하는 아이들'을 가로로 바꿔 그린 복제본이라고 설명한다. 이중섭의 작품으로 소개된 ‘황소를 타는 소년’ 역시 위작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황소의 눈을 표현하는 작가 특유의 기법이나 몸체에 대한 묘사가 다르며, ‘중섭’ 서명의 ‘ㅅ’ 자 획도 잘려져 있고 그 자리가 여백이 아니어서 진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와이키키 해변’에 대해서도 진작과 다른 짜깁기 그림이 분명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당시 미국 수집가의 요청으로 사진 등을 본떠 서명 없는 주문용 상품 그림을 작가가 제작했을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이 밖에도 고미술 전시에 출품된 이인문과 김명국 작품은 작가 미상 또는 중국 그림으로 추정된다. 또한, 함께 전시된 청자와 백자 대부분 20세기 중반 이후 만들어진 모조품으로 작가의 화풍과 낙관 등 작품 검증에 대한 전시 기획 단계에서의 기본적인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美 서부 최대 미술관서 전시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 라크마에서 진행된 '한국의 보물들:체스터와 캐머런 장의 컬렉션' 전시장 전경. [사진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해당 전시는 2월 25일 개막한 이래 전시 초부터 출품작 일부에 대한 위작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한국화랑협회가 지난 4월 전시 경위와 진품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발송하며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고, 전시가 다 끝난 6월이 돼서야 한국 전문가를 초청해 감정과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위작 전시는 서구권의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도와 진위 검증 수준이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마이클 고반 라크마 관장은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 한국 전문가의 감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당 전시는 기증자에 대한 예우로 시작된 전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크마는 지난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체스터 장과 그의 아들 캐머런 장으로부터 회화·도자·수석 등 100점을 기증받았다. 이번 전시는 기증품 중 고서화와 근대미술품 등 35점을 선정해 출품한 기획전이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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