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 압박에 인·태-나토 동맹 밀착
캐머런 英외무장관 등 지도자들 트럼프 회동
지난주 미국 대선 토론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국제 사회가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오는 9일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토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하게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할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의존도가 높은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 동맹국이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안보 공약을 폐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립대 매케인 연구소의 에블린 파카스 국장은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4개국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미국 없이도 국가 관계가 더 성장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를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리 안면을 트고 좋은 관계를 다져두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했으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같은 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뒤 "매우 유쾌한 분위기에서 친근한 만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임기 종료가 임박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폭탄 관세'를 피하기 위한 로비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올해 초 미하엘 링크 대서양 협력 조정관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했다. 링크 특사는 공화당 주지사들과 접촉하며 유럽연합(EU)산 상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회피를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또 워싱턴 D.C. 주재 유럽 외교관들은 호텔, 대사관, 싱크탱크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만나 정책 의중, 내각 구상 등을 취재해 본국에 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든 나라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의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파카스 국장은 "중동 지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의 수를 헤징(리스크 관리)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각별한 사이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환영하는 나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중동 지역 분쟁과 인명피해의 책임을 이란에 지워온 트럼프 행정부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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