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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신냉전과 함께 재개된 '해저케이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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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해저 고전압 케이블 설치 계획
러 케이블 절단 위험에 각국 보안 고심

[전쟁과 경영]신냉전과 함께 재개된 '해저케이블' 전쟁 대서양 해저케이블 점검 모습.[이미지출처=이탈리아 국제정치연구소(I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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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전기료 폭등에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그나마 대체 수입지였던 중동지역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심화하고 있고, 예멘 후티반군이 홍해 무역로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유럽으로의 석유수출이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미국과 영국, 유럽을 연결하는 해저 고전압 케이블의 설치 논의가 활발하다. CNN에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 공급업체인 에치아 에너지(Etchea-energy)를 비롯해 유럽 전력회사들은 영국 서부와 캐나다 동부, 뉴욕에서 프랑스 서부 해안까지 이어지는 해저 고전압 케이블 설치를 각국에 제안하고 있다.


케이블 설치가 실현된다면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이 케이블의 보안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독일과 연결된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폭파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가 케이블의 보안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각국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폭파사건 이후 러시아가 해저 광통신케이블과 전력케이블 등을 훼손할 것을 우려해 해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구권 국가들은 러시아가 군사도발을 일으킬 경우 해저케이블부터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과거에도 전쟁 때마다 서로 먼저 장악하려고 했던 시설이다. 1850년 영국과 프랑스 간 도버해협에 세계 최초의 해저통신케이블이 부설된 이후 전 세계 각지에 해저케이블이 설치되면서 주요 군사통신망으로 쓰였다. 우리나라도 1885년, 거문도 점령사건을 일으킨 영국이 상하이와 거문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설치했고, 이후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러시아 함대 감시를 위한 통신망을 깔고자 울릉도와 독도·일본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부설했다.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북해와 대서양 일대에서 독일과 영국 해군이 경쟁적으로 적국의 해저케이블을 찾아 절단하는 공작을 이어가기도 했다.


냉전기까지 간간이 지속되던 이 해저케이블 전쟁은 1991년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한동안 잠잠해졌지만, 재개될 위험에 처했다. 현재 홍해 무역로를 가로막고 있는 후티반군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이 중단되지 않으면 지중해와 홍해의 해상케이블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아 각국이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대서양과 함께 세계 해저케이블 양대 축인 우리나라 남해부터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해저케이블도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육지로 연결된 유럽과 달리 동북아시아는 한국-중국-일본-대만이 모두 바다를 통해 연결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해외인터넷 사용의 90% 이상을 해저케이블망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해저케이블 절단에 특화된 잠수함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지 분쟁 발발 시 해저케이블이 공격목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더 밀착하고 서해를 통한 북한의 무기수출이 버젓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지금보다 한층 해저케이블 안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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