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준군사 조직 PHSCC의 단장 비벡 머시 해군중장
군인 아닌 일반 국민 돌보며 보건사회복지부 지휘받아
머시 의무총감 "총기 폭력은 공중 보건 위기"
미국인들의 '국가 주치의'로 불리는 미국 '의무총감'이 총기 폭력을 공중 보건 위기 상황이라고 선언하며, 관련 입법을 통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미국, 영연방 국가, 그 외 몇몇 NATO 국가에 존재하는 직함으로 주로 의무장교나 의료공무원의 최고책임자를 일컫는다. 미국의 준군사 조직인 '미 공중보건서비스단(United States Public Health Service Commissioned Corps·PHSCC)'의 단장을 가리키는데, 비벡 머시 해군 중장이 현재 PHSCC의 단장 겸 의무총감이다.
1977년 인도 카르나타카에서 영국으로 이민해 온 부모 사이에서 잉글랜드 허더즈필드에서 태어난 인도계 미국인이다. 3세 때 부모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고, 예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의무총감으로 지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2017년 4월 퇴임했다. 그러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의무총감으로 재기용돼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미국의 군 복무제도(uniformed services)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우주군,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군의 군의관과 별개의 조직이며, 전원이 장교로 구성돼 있고, 해군 군복을 입지만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을 돌보는 조직이다.
일반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알래스카 원주민 등에 대한 공공 보건 서비스와 재난 예방과 사후 처리, 국민 정신건강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한국의 보건소와 엇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1798년 해군병원기금으로 창설된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가 모태다. 이후 1871년 해군병원서비스부대로 이름을 바꿨다. 규모가 커져 의무총감의 지휘를 받으면서 육군 의료시설과 합쳐졌다. 국방부가 아닌 보건사회복지부의 지휘를 받는다.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머시 의무총감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권고문을 통해 "2020년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총기 폭력이 자동차 사고를 넘어섰다"면서 "총기 폭력은 공중 보건 위기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공중보건 분야 의제 설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머시 의무총감은 "저는 의사로서 무분별한 폭력 행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잃은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면서 정책 입안자에게 총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강한 법적 안전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러면서 '예외 없는 신원 조회(universal background check)'시스템 구축, 공격용 무기로의 총기 묘사 금지, 어린이로부터 일정 보관 거리 유지 및 잠금장치 준수 등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예외 없는 신원조회는 신원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딜러를 통해서만 총기를 구입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소아과학회는 홈페이지 설명자료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신원조회는 의무화하고 있으나, 전체 40%만이 정식 딜러를 통해 신원조회를 거쳐 팔린다"면서 "총기 전시회에서의 구매나 개인 간 거래 등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지적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총기 폭력은 총상을 입은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의료진에게까지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자동차나 살충제 등 안전 기준에 따른 규제를 받는 품목에 총기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시 의무총감이 제시한 관련 보고서에는 2019년 기준 19세 이하 미국인 총기 관련 사망률은 캐나다의 5배 이상, 스웨덴의 18배, 호주의 2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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